서울 시내의 대형 백화점 안에서 젊은 여성이 중년의 보안직원에게 콜라를 뿌리고 컵과 쟁반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는 영상이 공개돼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지난 10일 현장에 있던 시민이 촬영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영상에는 가해자 A씨가 보안요원 B씨에게 음료수를 뿌리고 컵을 머리에 던진다. 음식물이 담긴 쟁반을 던지듯 뒤엎고, 나중에는 보안요원을 밀쳐 넘어트리려고까지 한다.
A씨는 폭행은 물론 “어딜 만져, 꺼져”라고 소리지르거나, 쟁반을 던지며 “너 다먹어 이 XX야”라고 욕설까지 서슴지 않았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려는 A씨를 제지하는 또 다른 보안요원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네티즌은 A씨의 영상 속 행동에 “끝까지 묵묵히 참는 보안요원의 모습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안요원인 B씨는 당초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논란이 커진 이후 처벌을 원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현재 경찰은 CCTV와 해당 동영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 욕설에 기물까지 던지는 ‘진상녀’, 보안요원은 손도 못 대?
영상에 담긴 A씨의 행위는 형법 제 260조의 폭행죄와 제 314조의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경찰도 A씨에게 폭행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특이한 점은 보안요원 B씨가 난동을 부리는 A씨에게 반격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남성과 여성이 신체적 차이, 고객과 보안요원이라는 사회적 차이를 고려해 침해 행위를 방치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B씨에게는 사실상 일정 수준의 제압 행위가 허용된다.
정당방위는 부당한 공격에 대한 방위행위이기 때문에 법원은 침해된 이익보다 더 큰 법익을 해하는 반격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손목을 잡아 폭행을 저지하는 수준의 방어행위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이미 불법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명백한 ‘기습추행’이 아니라면 B씨가 A씨를 만지게 됐더라도 강제추행 죄는 물을 수 없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 보안요원들이 A씨를 양쪽으로 붙잡고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A씨는 폭행죄 등의 준현행범인 만큼 그를 끌고 내려간 행위는 불법체포죄에도 해당하지 않는 정당행위다.
▲ 감정노동자를 향한 ‘갑질’, 방어행위 허용범위는?
보안요원과 전화상담원 등 감정노동자를 향한 폭행과 폭언 등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경우는 한두번이 아니다. 형법은 이유 없는 부당한 이익 침해에 대해서는 폭넓은 범위에서 방어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또 최근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 보상 범위에 ‘고객의 폭언’을 추가했다.
A씨의 욕설과 폭언 행위는 형법 제 311조의 모욕죄에도 해당한다. 고객으로서 ‘불만사항’을 전달한 것이 아닌 무차별적으로 폭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과거 판례는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특정한 인물을 향해 “망할 년 저기 오네”라고 말한 행위를 모욕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정원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형법 교수는 “형법은 기본적으로 지키려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의 법익형량을 하지만, 이것을 깨는 유일한 예외규정이 정당방위”라며 “정당방위는 부당한 침해에 대한 방어행위로서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나친 반격이 아니라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행위는 불특성 다수가 있는, 즉 공연성이 있는 곳에서 보안요원을 향해 욕을 했기 때문에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영상에서 보이는 여성은 폭행죄, 모욕죄, 업무방해죄 등의 죄책을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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