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전후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측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20일 뇌물수수·수뢰후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부시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들었다. 유 전 부시장은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 의무가 없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유 전 부시장 측 변호인단은 “전반적으로 뇌물죄를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전 부시장과 공여자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 관계에 의한 수수”라며 “서로의 신상과 가족 대소사를 알면서 교류하고 챙기는 관계에서 수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변호인단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에서 담당한 구체적 직무 내용을 비롯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금융위의 직무에 관한 내용도 불분명하다”며 직무 관련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서 유 전 부시장은 중견 건설업체 회장의 장남이자 자산운용사 대표인 최모씨에게 부탁해 동생 유모씨를 취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를 대가로 유 전 부시장이 금융기관 제재 경감 효과가 있는 금융위원장 표창장이 최씨 회사에 수여되도록 도왔다고 보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것도 구체적인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서 표창장 수여는 “금융위 내부에서 추가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해 추천했을 뿐이며 실제 심사에 적극 관여한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유 전 부시장이 한 신용정보업체 사장 윤모씨로부터 아파트 구매대금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리고, 이렇게 생긴 부채 중 1,000만원을 면제받은 것에 대해서는 2011년에 있었던 일로 공소시효(7년)가 지난 일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단계에서 모두 검토한 사안”이라며 “윤모 사장의 뇌물 공여는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에 해당하는 것)로 묶었다”고 밝혔다. 아파트 대금이 오간 2011년으로부터는 7년이 흘렀지만 윤씨가 이후로도 책값이나 아들 용돈, 직원 선물 등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으며 이는 같은 목적으로 이뤄진 뇌물 공여라는 것이다.
이날 변호인단은 검찰이 유 전 부시장에게 금품 등을 준 금융업체 대표들을 조사하면서 이들을 기소할지, 한다면 언제 할지를 말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압박해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 전 부시장은 업체 관계자 등 총 4명으로부터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 등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뇌물수수·수뢰후부정처사·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뇌물을 공여한 업체 관계자 등 증인 9명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