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남 영광군에서 셋째아이를 낳으면 자녀 양육비로 3,000만원을 받는다.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금액이다. 셋째 아이부터 주는 양육비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하자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차원이라지만 중소기업 연봉 수준에 맞먹는 장려금 지급은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지자체 간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는다.
2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올 들어서도 지방 기초단체들이 출산율 제고와 교육비 부담 경감 등을 위해 현금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갈수록 황폐화하는 지역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고육지책’이지만 구조적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단기 성과를 겨냥한 포퓰리즘적 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이다.
울진군의 경우 올해 첫째아이를 출산하면 일시금 10만 원과 매월 10만 원씩 60개월간 총 610만 원을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일시금으로 10만 원만 지원했으나 출산장려금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청송군은 첫째아이 출산장려금을 170만 원에서 올해 580만 원으로, 성주군 역시 170만 원에서 410만 원으로 각각 늘렸다.
다른 광역지자체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울산시의 올해 보건복지 분야 사업비는 지난해 대비 11.3% 증액한 1조1,312억 원으로 편성됐다. 울산시 전체 예산 3조8,590억 원의 29.3%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출산장려사업을 보면 울산시장 공약사업인 첫째 자녀부터 출산 지원금을 지원하고, 다자녀 가정 우대 정책으로 3자녀 이상 출산 가정에 대한 상하수도 요금 감면을 연장 시행한다. 4자녀 이상 가정에 연 1회 다둥이 행복 렌트카도 지원한다.
세종시의 한 의원은 육아휴직 아빠들에게 장려금을 지원하는 ‘세종시 아이 돌보는 아빠 장려금 지급 조례안’까지 발의했다. 박성수 세종시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남성의 육아 참여 분위기 확산과 함께 자녀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중인 아빠들에게 매월 육아휴직 장려금 30만원을 최대 6개월 간 지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서울시 자치구의 ‘현금복지’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동대문구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다자녀 입학 축하금을 도입했다. 셋째 이상이 초·중·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각각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을 지급한다. 출산지원금은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늘렸다. ‘현금복지 종합세트’로 불렸던 중구는 올해도 65세 이상 기초생활 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에게 매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어르신 공로수당 사업을 이어간다.
광역지자체인 서울시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였던 무상교복정책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엇박자로 인해 자치구 수준에 머무르면서 갈등의 씨앗으로 남게 됐다. 올해부터 금천구가 중·고등학교 3,000명에 교복비 30만원을 일괄지급한다. 무상교복을 실시하는 자치구는 중·강동·마포·금천구 총 네 곳으로 주변 자치구들은 주민들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비례)은 “여당 출신 구청장들이 총선용 현금살포성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남발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결국 모두 시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광=김선덕기자·변재현기자·전국종합 s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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