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우한 폐렴 환자의 확진은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관광이 줄어들 수 있는데다 내수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이미 확진자가 나왔고 홍콩도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등 우한 폐렴이 중화권 전체로 퍼지는 분위기다. 유럽만 해도 우한 폐렴 환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관광 위축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프랑스 파리증시의 CAC40지수가 0.54% 하락했다. 파리증시에 상장돼 있는 명품 브랜드 기업 크리스찬디올과 케링그룹의 주가는 각각 2.3%, 2.1% 하락했고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1.1% 내렸다.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도 초비상 상황이다. 중국에 큰손이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 세계 명품시장에 대한 지출의 33%가 중국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전 세계 항공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항공주인 IAG는 영국 런던증시에서 3% 가까이 떨어졌고 미국 뉴욕증시의 유나이티드항공(-4.4%)과 아메리칸항공(-4.2%)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도 영향권 아래에 있다. 카지노 사업을 하는 미국 뉴욕증시의 윈리조트와 라스베이거스샌즈 주가는 각각 6.1%와 5.4% 급락했다. 실제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때도 세계 관광시장이 크게 위축된 바 있다. 로런스 서머스 등 경제학자들이 2017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한 연간 손실은 대략 5,000억달러로 전 세계 수입의 0.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22일 코스피를 비롯한 일부 아시아 증시는 전날 하락세에서 상승 전환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한 폐렴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미국에서도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했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 이번 폐렴이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폴 애시워스 CE 미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발 폐렴이 미국까지 확산했으나 2003년 사스가 발병 기간에 소매와 여행 산업에 영향을 준 것과 같은 상황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전염병은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유발하지만 대부분의 충격이 사망 우려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간접적인 것들이어서 너무 공포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