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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젊은 방송' KBS의 그림자

김현진 문화레저부 기자





“참 좋은 방송 하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네요” “드라마보다 더 기다려진 방송이었는데 안타깝습니다.”

지난해 8월, KBS가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 탐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을 폐지한다는 기사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렸다. 방송은 지난해 8월30일 막을 내렸고 이와 함께 지난 1994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KBS 스폐셜’도 사라졌다. 뒤이어 지난해 11월에는 1984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연예가 중계’도 폐지됐다.

KBS의 장수 프로그램 폐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아침 드라마 ‘TV소설’과 ‘VJ특공대’, ‘콘서트7080’ 등 중장년층·노년층의 사랑을 받은 장수프로그램들이 모두 막을 내렸다. 소비자 권익 프로그램 ‘소비자 리포트’와 20년간 방송된 ‘시청자 칼럼, 우리 사는 세상’도 사라졌다. 반면 신설된 프로그램 중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KBS 킬러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인 것은 현재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아직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구관이 명관’이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21일 발간된 KBS 사보에 따르면 올해 KBS는 ‘공정·창의·혁신’이라는 큰 틀 속에서 각 부서별로 ‘킬러 콘텐츠 제작’과 같은 다양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최근 KBS의 모습을 보면 창의와 혁신을 내세우다 오랜 역사를 저버리고 주시청층인 중장년층과 노년층까지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들’을 선보인 김재환 감독은 앞서 ‘TV소설’을 폐지한 KBS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표현할 수 없고 항의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할머니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인 아침 드라마를 잔인하게 없앴다”는 것이다.

장년·노년층은 소비력이 강하지 않아 광고주가 선호하는 연령층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방송을 제작하는 KBS만큼은 이들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도전과 시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장수 프로그램 폐지를 이어가는 행보를 시청자들이 반길지는 의문이다. ‘젊은 방송’을 지향하느라 KBS가 가장 잘하는 것을 잊고 KBS만의 중요한 가치를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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