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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 꺼낸 정경심 "석방하고 PC자료 달라... 우리도 포렌식할 것"

정 교수 측 "기억에 의존한 재판 진행은 불공평"

재판부 "증거자료 보고 조만간 보석 여부 결정"

"타인 사생활 때문에 PC자료 못 줘" 檢 주장엔

"방어권 보장 위해 그 정도 자료는 건네줘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58) 동양대 교수가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한 가운데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보증금 등을 내건 석방)을 허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통화 내역과 카카오톡 자료를 모두 들고 있는 검찰과 달리 기억에만 의존해 재판을 받을 수는 없다”며 자신이 검찰에 제출한 PC의 복사 파일을 달라고 요구했다.

정 교수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동양대 총장상 위조·입시비리·가족펀드 의혹 관련 첫 정식 재판에 출석했다. 정 교수가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0월23일 구속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정 교수는 수의가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나왔는데 안경과 옷차림 등은 구속 당시와 거의 같았다. 정 교수는 오후 공판이 이어지자 오전에만 해도 착용하지 않았던 안대를 오른쪽 눈에 붙였다. 호주머니에서 안약을 꺼내 왼쪽 눈에 넣는 모습도 포착됐다.

정 교수는 직업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동양대 교수”라고 답했다. 정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맞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 교수 측은 이날 재판에서 방어권 보장을 위해 석방을 허가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정 교수를 변호하는 김칠준 변호사는 “입시비리 부분은 불구속 재판을 통해 그 시대 입시 문제와 더불어 차분히 판단할 문제이지 엄중히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100여 차례 압수수색 등 압도적 수사를 통해 카카오톡 내용 등 15년 이상 한 가족의 사적 대화까지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증거를 다 확보한 상태이므로 불구속으로 재판 진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 교수가 수사 과정에서 관계자들을 회유·압박한 정황을 고려하면 증인 신문도 전혀 안 한 상황에서 석방해주면 안된다”며 “대법원 양형기준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은 중형 선고가 불가피한데 중형은 도망의 우려를 당연히 수반하는 것인 데다 정 교수는 이미 수사 단계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를 못 본 상황에서 보석 여부 판단은 어렵다”며 “증거 자료를 본 뒤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지지자들이 정 교수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교수 측은 또 검찰에 제출한 PC들의 복사 파일을 되돌려 달라고 검찰에 강하게 요청했다. 자신들도 해당 자료를 모두 받아 따로 포렌식 과정을 거쳐 정 교수에 유리한 증거를 찾겠다는 취지였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나눈 대화 중 정 교수에 유리한 것을 검찰이 증거로 냈겠느냐”며 “PC 자료에서 무슨 검색어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증거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는데 우리도 자료를 받아 한 번 찾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0년이 넘은 일은 누구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데 우리가 기억에 의존해 재판을 하면 검찰은 PC에서 얻은 문자와 통화 내용으로 그 사실이 틀렸다며 반박할 게 뻔하다”며 “방대한 수사자료에 대해 정 교수와 변호인단이 기억과 사실을 재구성하려면 불구속과 검찰에 제출한 PC 자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동양대에서 압수한 PC의 경우 정 교수 소유가 맞는지도 불분명하다”며 “열람까지는 허용할 수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방어권도 있는데 그 정도는 검찰에서 해줘야 될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찰이 “동양대 PC는 정 교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른 사람 사생활 관련 자료도 있을 수 있다”고 반대하자 재판부는 어이 없이 하며 “설마 정 교수 측이 다른 사람 사생활을 증거 자료로 내겠느냐”고 일축했다.

정 교수 측은 또 정 교수 딸인 조모씨를 위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는 이중기소에 해당하니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기소된) 이 사건은 기소 단계부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며 “이런 사건의 공소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 공소장 변경 신청이 공소기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는데 납득하기 어렵다”며 “기본적 사실 관계는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변경 신청을 한 것이고 범행 일시, 방법등을 (나중에) 구체화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어떤 증거를 바탕으로 공소 제기를 했고 이후에 어떤 증거를 냈는지를 봐야 한다”며 “증거를 아직 보지 않았으므로 아직 공소권 남용 여부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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