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입’이었던 청와대 대변인 3인방이 모두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변인이었던 박수현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부터,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물러난 김의겸 전 대변인,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 문 대통령을 보좌했던 고민정 전 대변인까지 전직 청와대 대변인 3명이 일제히 4.15 총선 레이스에 출전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초대 대변인을 지낸 박 전 대변인은 충남 공주·부여·청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8개월 반 간의 대변인 생활을 정리하고 청와대를 떠난 박 전 대변인의 출마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전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느꼈던 저의 경험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도록 제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정성을 다해서 살아가도록 하겠다”는 고별사를 남기고 그해 열린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직에 도전한 바 있다. 하지만 ‘내연녀 공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결국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후 7월 문희상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복귀한 박 전 대변인은 지난해 6월 퇴직한 뒤 현재 올 4월 총선 출마를 목표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남 공주·부여·청양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공주에서 자신의 청와대 재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책 ‘여전히 촌놈, 박수현’의 출판기념회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은 4선의 정진석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버티고 있는 지역구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흑석동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임한 김 전 대변인은 전북 군산에 출마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이 ‘투기 의혹’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김 전 대변인은 문제가 된 서울 동작구 흑석동 건물을 매각한 후 차익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번 총선 최대 쟁점인 만큼 당으로서는 김 전 대변인의 출마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가 김 전 대변인의 총선 예비후보 적격 여부에 대해 두 차례나 결론을 내지 못한 것도 이 같은 당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김 전 대변인의 과도한 ‘문재인 마케팅’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터에 문 대통령과 김 전 대변인이 마주 보며 웃고 있는 사진, ‘청와대 대변인(전) 김의겸’이라는 수식어, 그리고 ‘대통령님께 하고 싶었던 말을 제안해달라’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되는 등 청와대 마케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전북 군산은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9대·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되며 입지를 단단히 다져놓은 지역구라 김 전 대변인이 설사 경선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선거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세번째 대변인인 고 전 대변인도 ‘대통령의 입’에서 ‘국민의 입’이 되겠다고 밝히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지난 대선 당시 ‘인재영입 1호’로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한 후 청와대 부대변인과 대변인을 거치며 3여년 간 문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해온 만큼 고 전 대변인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그런 만큼 고 전 대변인의 출마지역은 정치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고 전 대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마 결심 계기를 설명하며 ‘721번 버스’를 타고 겪은 에피소드를 언급하자 해당 버스가 광진을 지역을 지나간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고민정 광진을 출마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 전 대변인은 “(721번 버스) 종점이 광진구까지 가는 줄 보도를 보고 알았다. 저희 집 앞에서 청와대 인근까지 가는 버스가 그것”이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721 버스 소동’은 고 대변인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 전 대변인의 지역구는 아직 미정이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고양병)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고양정)의 지역구 출마가 유력하다. 혹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키고 있는 동작을에 출마하거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떠난 광진을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고 전 대변인은 공직자사퇴기한이었던 16일을 하루 앞둔 15일에 청와대를 떠났다. 그만큼 ‘출마’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고심이 깊었음을 보여준다. 당초 출마의 뜻이 크지 않았지만 당의 지속적인 요청에 올 4월 총선에 도전하게 된 고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으로서의 마지막 청와대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대변인, 부대변인, 그리고 캠프에서도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정확하게 3년이 됐다. 3년이란 시간 동안 대통령의 입으로서 활동을 해왔었는데 이제는 저의 소신과 그리고 저의 정치적 목적, 목표 이런 것들을 향해서 국민들의 입이 되려고 한다”며 “여러분과 함께 일했었던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그 말 무색해지지 않도록 멋지게 살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