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tvN 드라마 ‘머니게임’에도 출연 중인 그는 “촬영 시기는 다 다른데, 공개 시기가 겹쳤다.”며 ““여러 번 맞을 매를 한 번에 맞는 느낌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성민은 ‘미스터 주’에서는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를 맡아 코믹하고 편안한 연기를 펼쳤다.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박통 역으로 분해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담은 ‘미스터 주’(감독 김태윤)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 동물을 소재로 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력 포인트.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정말 행복했고 마음이 따뜻했던 작품이다”고 소감을 밝혔다.‘또 하나의 약속’ ‘재심’을 만든 김태윤 감독이 ‘미스터 주’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호기심이 이번 작품 출연의 결정적 계기다.
이성민 “이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뭔가 다를 것 같았다.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따뜻함이 있었다. 동물들이 힘들어 보이거나 학대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신은 철저하게 편집을 했더라. 동물들을 워낙 사랑하시는 분이라 가능한 부분이다”며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전했다. 이어 “동물과 대화하는 설정은 반려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며 “작정하고 코미디로 갔다면 다른 결의 영화가 만들어졌을텐데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점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미스터 주’ 촬영 전에는 강아지를 만지지도 못했다고 밝힌 이성민은 영화를 통해 동물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동물과 친숙한 편이 아니었던 이성민은 극 중 수사를 함께하는 군견 알리와 친해지는 데에도 꽤 긴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처음에 이 영화 출연을 결정하자, 주변 지인들이 걱정했을 정도. 영화 초반에 고양이를 얼떨결에 품에 안는 장면에선 연기가 아닌 진짜 무서워서 기겁한 장면도 만날 수 있다.
“처음에 알리를 만났을 때 두려웠는데 촬영하다 보니 친해졌다. 알리를 처음 만났을 때도 한 번 만질 때마다 손을 닦곤 했죠. 그러던 중 알리가 달려와서 저를 핥은 적이 있는데, 그때 다 내려놨죠. 예전 같았으면 옆에 개나 고양이가 오면 나도 모르게 피했는데 지금은 다가가게 되고, 길고양이들도 한 번 더 쳐다본다.
동물들이 주로 CG(컴퓨터 그래픽)로 나온 이번 영화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동물 CG 기술은 노하우가 쌓여 다음 동물영화를 만들 때 굉장히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럼에도 변수가 많았던 동물과 함께하는 촬영은 쉽지 않았다. 그는 “영화 완성본이 어떻게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CG 탓에 여러 한계에 부딪히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미스터 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주는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이성민은 관객들에게 ‘주태주’와 동물들의 교감이 전해질 수 있도록 연기했다. 그는 “극중 주태주처럼 동물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비슷했다. 지금은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예전에는 개 때문에 (배)정남이 집도 안 갔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집에 갈 수 있게 됐다”는 일화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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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영화 ‘공작’으로 남우주연상 휩쓸었던 그가 또 다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바로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 김충식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한국의 근현대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 일명 10·26사건을 절제된 톤과 밀도 있는 연기로 담아냈다.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은 ‘이성민과 박통의 싱크로율’이다.
대통령 암살사건 그 중심에는 이성민이 연기한 박통이 폭풍의 눈처럼 자리하고 있다. 절대권력의 1인자 박통은 지난 18년 간 청와대를 굳건하게 지켜왔으나 자신을 둘러싼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부딪히는 것을 느끼는 인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는 현재 2인자인 김규평, 2인자였던 박용각, 그리고 2인자가 되고 싶은 곽상철을 장기말 다루듯 은밀하고 교묘하게 움직인다.
“닮음을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을 캐스팅했다”는 우민호 감독의 말처럼 이성민은 부와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까이할 수록 흐려지는 판단력, 흔들리는 심리를 놀라운 싱크로율로 재현했다. 이성민은 “‘박통’은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한 작품”이라며 “많은 배우들이 그분 역할을 했는데 (이미지부터 닮았던)그들 배우을 과연 뛰어넘을 수 없을까 고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자료도 많으니까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 도움이 많이 됐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나 걸음걸이 등을 모사하는 연기는 처음 해봤는데, 가끔 맞아떨어질 때 희열이 느껴졌다”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웰메이드 영화, ‘미스터 주’는 따뜻한 가족영화라는 마지막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두 작품의 타깃 연령이 조금 달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두 작품 모두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예쁜 영화가 돼서, 모두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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