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두문불출해 온갖 신변 이상설에 휩싸였던 김경희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설 기념공연을 관람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삼지연극장에서 설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면서 수행한 간부 중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다음으로 김경희를 호명했다. 이날 북한은 김경희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김일성 주석의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친동생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후견인 역할을 했던 김경희가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2013년 9월 9일 이후 6년여만이다. 김 위원장이 2013년 12월 남편 장성택을 ‘반혁명분자’로 처형한 이후 김경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남편과 함께 숙청됐다는 주장부터 뇌졸중 사망설, 자살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미국 CNN 방송 역시 김정은이 2014년 김경희 독살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김경희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간의 추측들은 모두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 은둔하면서 신병치료를 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적이 있으나 이날 사진 속 상태는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사이에 나란히 앉음으로써 ‘살아있는 백두혈통’의 결집을 대내에 과시했다.
김경희의 재등장은 그간 김경희를 둘러싼 구설을 잠재울 뿐 아니라, 김씨 일가의 단합된 모습을과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백두혈통 3세대라면 김정일과 김경희는 2세대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경희는 유일하게 생존한 2세대로서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해 두차례 백두산을 등정하고 선대의 ‘항일빨치산’ 정신으로 미국의 제재 압박 등 여러 난제를 정면 돌파하자고 선언한 후 보인 행보여서 김 위원장의 지도자로서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강화하는데 힘을 실어준다는 관측이다. 다만 김경희는 1946년생으로 고령인 데다 남편 처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터라 다시 당 관련 직책을 맡거나 정치 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72년 장성택과 결혼한 김경희는 딸이 2006년 프랑스 유학 중 사망해 친자식이 없다. 1987년 당 경공업부장을 맡으면서 김정일의 공식 수행원으로 보도되는 등 주요 역할을 수행했으며, 김정은 체제에서도 정치국 위원을 맡고 군 경력이 없는데도 대장 계급장을 달았다.
/정현정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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