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찾았다. 국내에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 네 번째 사례가 나오는 등 국내 확산 우려가 커지자 각 지역 거점 병원의 대응 현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정 총리는 “정부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현장에서는 김병관 보라매병원장 등이 대응 상황을 보고했다. 또 정 총리 일행은 선별진료소 설치·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응급실 내에 설치된 격리병상의 상태를 확인했다. 또 감염병동으로 이동해 병동 내 음압장비, 격리병상 등을 차례로 점검했다.
정 총리는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때의 경험으로 선제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정부와 지자체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를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 총리는 “복지부, 지자체,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와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들도 증상이 있는 경우 병원으로 이동하기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미리 연락하는 등 확산 방지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더해 현장 관계자들에게는 “대응에 어려움이 없도록 정부가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격려했다.
■국내 ‘우한 폐렴’ 네번째 환자 발생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 국내 의료기관에 비상 대응에 나섰지만 ‘우한 폐렴’ 확산세는 이미 중국 국경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했던 이력이 있는 한국인 남성(55)이 네번째 확진 확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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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성은 지난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25일 38도 수준의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재방문했다. 이후 능동감시 대상이 됐고 26일엔 지역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과 함께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같은 날 다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분당 서울대병원)으로 격리돼 검사를 받았으며 27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27일 0시 현재 2,744명 확진, 80명 사망
현재 ‘우한 폐렴’은 중국 정부가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확진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7일 0시 현재 전국 30개 성과 홍콩·마카오·대만에서 2,744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사망자는 8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루 사이 확진 환자가 796명 증가하고 사망자는 한꺼번에 24명 늘어난 것이다. 또 중국 내 의심 환자는 5,794명,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은 3만2,799명으로 집계 됐다. 하지만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보건 당국의 공식 집계를 믿지 못하겠다며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의심의 목소리기 상당히 큰 수준이다.
중국 바깥에서는 태국을 비롯해 네팔, 베트남,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중국 인근 국가와 프랑스, 호주, 미국, 캐나다에서도 한 자릿수이긴 하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한국 등 세계 각국 우한 체류 국민 이송 계획
우한 폐렴 확산세에 세계 각국은 현지의 교통 통제령에 발이 묶인 자국민 귀국 지원에 나섰다.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이 전세기나 전세 버스 투입을 위해 중국과 협의에 착수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우한에 사실상 고립돼 있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철수를 희망하고 있어 외교부를 중심으로 전세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우한에는 유학생과 자영업자, 주재원 등 교민 500여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귀국 희망자는 4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기차 운행을 모두 중단했다. 우한과 연결 되는 주요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도 봉쇄했다. 다만 외국인은 단체 등의 형태로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게 되면 도시를 떠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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