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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 도발, 이란보다 위험하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부회장

휴전선 거리 40㎞에 불과한 서울

장사정포 한발이면 곧바로 전면전

北 비핵화로 '한강 기적' 동참해야

임종건 전 서울경제신문 부회장




최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상태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시사하는 점이 많다. 미국이 지난 3일 새벽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드론 공격으로 암살한 사건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요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미군의 참수작전을 떠올렸을 것이다.

또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안의 미군 기지 2곳에 8일 오전1시께부터 2시간에 걸쳐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에서 지난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재개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떠올렸을 것이다.

미국은 자국군과 군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주둔지인 한국과 일본에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과 사드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고 두 나라는 미국으로부터 패트리엇 미사일을 별도로 구매해 자체 배치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는 그중 하나를 청와대 뒷산에 배치했다고 했다.

미국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패트리엇이나 사드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 있어 이번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서 일방적으로 당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15발 가운데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10발, 에르빌 기지에 1발이 각각 명중했고 4발은 비행 중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시설만 파괴됐고 30여명의 군인이 외상 후 뇌 손상을 입었을 뿐 사망자는 없었다. 이란이 미사일 공격 개시 수 시간 전 미사일 공격 사실을 알렸고 이라크 측이 이를 미군에 전달함으로써 안전지대로의 대피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암살 직후 이란이 보복공격하면 이란 내 52개 목표물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그는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의 인명피해가 없자 보복공격이 아닌 경제제재와 협상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를 소강상태로 바꾼 결정적 계기는 8일 이란 군부에 의한 우크라이나 민항기 격추 사건이었다. 170여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죽인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인해 미국으로 향하던 이란 국민의 분노가 이란 정부로 향하게 됐다. 이란 군부의 대미 군사작전은 당분간 이란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명분도 신뢰도 잃었다.

이 사건 수습 이후로 미뤄진 미국과의 대결에서, 이란이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을 공격했을 때처럼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을 동원해 보다 정교하게 공격하고 그로 인해 미군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파탄으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거나 한국 또는 일본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는 경우를 상정해본다. 청와대 뒷산의 패트리엇으로 청와대가 안전할 것인지, 평택의 패트리엇과 경북 성주의 사드 미사일로 미군 기지들이 안전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북한이 그동안 수십 차례 탄도미사일을 쐈지만 한미일 어느 나라가 단 한 번도 요격한 적은 없다.

휴전선에서 40㎞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울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커녕 장사정포 한 발이라도 떨어지면 그 즉시 전면전이다. 게다가 영종도나 김포 국제공항에서는 하루에 수백 대의 여객기들이 이착륙 과정에서 북한 대공포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한반도는 중동보다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일촉즉발의 지역이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되는 해다. 이런 극한 대치 상태에서 한국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을 참아내며 전쟁의 재발을 막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것은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다. 북한은 머뭇거리지 말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 한국의 기적에 동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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