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나와 잠시 바람을 쐴 때도 마스크를 꼭 써요.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들은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해야죠. 그래도 걱정이 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네 번째 확진자가 입원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이모(45)씨는 28일 오전 마스크를 쓴 채 우려를 털어놓았다. 이씨를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병원 직원들은 물론 내원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날 병원을 방문한 김종진(58)씨는 “들어오자마자 안내데스크에 비치된 손세정제를 이용했다”면서 “확진자가 있는 병원이라 걱정이 됐고 이곳에 오니 괜히 열이 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근무 중인 30대 의사 A씨는 “하루 종일 환자를 대하는 직종이라 불안감이 없진 않지만 의료진 모두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현재 입원환자 1명당 병문안은 한 사람씩만 허가했고 미리 출입증을 발부받아야만 입원실을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정문 앞에는 열감지기를 설치해 방문자 전원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 뒤 들여보내고 있다.
병원의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세 번째 확진자가 입원 중인 일산 명지병원을 찾은 이석종(18)군은 “친구가 다리를 크게 다쳐 병원을 찾았지만 찜찜하다”면서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확진자가 생겼다고 하니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명지병원은 지난 2014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5명의 환자를 완치시킨 경험을 토대로 방역과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명지병원은 모든 내원객을 대상으로 열감지기로 검사한 뒤 정상 처리되는 시민들에 한해서만 출입을 허가했다.
두 번째 확진자가 있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도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우려는 쉽게 불식되지 않는 분위기다. 병원 로비에서 입원한 지인을 기다리던 40대 남성 남모씨는 “병원을 찾은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쓴 것은 처음 본다”며 “정부당국도 철저하게 대응해야겠지만 시민들도 마스크 착용 등 감염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듯 싶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내원객에 대해 접수 단계에서 중국에 다녀온 이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으며 특히 다른 지정병원과는 달리 입원환자의 병문안을 전원 금지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날 무릎관절 수술을 마친 노모를 찾은 50대 부부는 “아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통제를 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아예 환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이날 오전10시30분께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방문해 상황 점검을 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병원 방문은 최대한 자제하고 개인위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호흡기관에 폐렴이 의심되는 증상이 보이면 아무 병원에 바로 가지 말고 질병관리본부(☏1339)로 우선 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면회는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겠고 평상시 주머니에 손위생제를 들고 다니며 수시로 사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에 가는 게 무조건 감염 위험성을 높인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본인과 남을 위해 조심해서 문제 될 게 없고 대부분의 병원에서 면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상황인 만큼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출입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분당·일산=손구민·이희조·허진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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