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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정부발 일자리, 민간발 일자리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주객 전도된 정부 일자리대책에

60세이상 빼면 고용 늘지않아

민간경제 활력 살리는 정책펼때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수년 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업자가 늘어난 통계를 보고 ‘고용 대박’이라고 표현했다. 어려운 취업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고 언론에서 비판하고 정치권도 가세했는데, 특히 여당에서 호되게 질책했다.

올 연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고용이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했지만 여당에서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말 “고용의 양과 질 모두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이러한 ‘고용 회복’을 정부 일자리 정책이 거둔 결실로 믿는다. 그래서 통계에서 예외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40대를 위한 추가 대책을 만드느라 부산하다.

이 같은 정부 진단은 그 자체가 맞지 않으며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는 거꾸로 된 대책은 부작용만 키운다. 20대 청년층의 상황을 보면 대학 졸업생과 학생진로 담당자 대부분이 취업 문이 좁아졌다고 느끼며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채용 규모도 예년보다 줄었다.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지난 2015년 관련 통계를 만든 후 최대치로 올랐는데 많은 청년이 정부의 단기지원 사업이나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일했기 때문이다.

30~50대도 전체가 문제다. 인구의 증감 효과를 배제한 남성의 고용률을 보면 30대, 40대, 50대에서 각각 0.7%포인트 이상 줄었다. 다만 30대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추세로 남녀 합산 고용률이 나아졌고 50대는 인구가 늘어 실제 나쁜 고용 사정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발 일자리 사업으로 만들어진 60세 이상의 취업증가를 빼면 실제 고용은 거의 늘지 않았다. 산업별로도 정부 돈이 들어간 보건 및 사회복지 사업은 늘고 민간의 제조업과 금융·보험업은 감소했다.



주객이 전도된 정부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이제는 전환해야만 한다. 먼저 재정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을 더 이상 확대해서는 안 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주당 15시간 이하의 일이 대부분인데 매년 확대돼 올해 74만명 규모로까지 늘어났다. 청년층을 포함한 직접 일자리 사업 숫자는 94만명인데 이렇게 해서 늘린 취업자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원을 위해 억지로 발굴한 일자리는 자긍심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정부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여성 취업자를 늘릴 수 있었는데 국공립 육아시설을 더 확충한다면 일본에 비해서도 뒤처지는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민간발 일자리를 늘리려면 민간기업의 발을 묶는 조치를 풀어줘야 한다. 최근 타다 사업을 실질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현재 영업 중인 500명 직원과 수천명 기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일이다. 택시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고용 창출의 순기능이 있음을 고려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혁신이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같은 노동 규제도 적절히 개선해야 한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연구 분야에까지 주 52시간 근로 제한을 둔다면 대한민국은 망할 것’이라고 한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혁신을 위해 진입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기를 권고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는 민간 투자가 살아나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이 투자를 막고 결과적으로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진솔하게 인식하는 바탕 위에, 민간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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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여론독자부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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