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사이에서 ‘걸리면 죽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와요. 치사율이 메르스나 사스보다는 낮다고 하지만 확산속도가 빠르다고 하니 두렵습니다.”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네번째 확진자가 거주하는 경기 평택시에서 만난 고교생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에는 짙은 근심이 배어났다. 평택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문 손잡이도 직접 잡으려 하지 않는 등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하며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평택고 교사 A씨는 “남자아이들이라서 귀찮다고 마스크를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착용하고 왔다”며 “학생과 교사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유치원 관계자도 “맞벌이 부모들이 평소에는 오후6시30분께 아이를 데려갔지만 지금은 대부분 오후3~5시로 빨라졌다”며 “하루에 세 번씩 아이들의 열을 체크하고 열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바로 귀가 조치한다”고 말했다.
네번째 확진자가 두 차례 들렀던 것으로 알려진 평택시 소재 365연합의원은 현재 진료를 중단한 상황이다. 확진자 내원 당시 진료했던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은 2주의 격리기간을 보낸 뒤 다음달 2일부터 진료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날 진료 중단 사실을 알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우한 폐렴’의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확진자들이 다녀간 지역은 초비상이다. 평택시 유치원·어린이집은 31일까지 임시 휴원에 들어갔으며 세번째 확진자가 방문한 일산신도시와 서울 강남구의 커피숍·호텔·음식점·병원 등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세번째 확진자가 머물렀던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우한 폐렴의 지역사회 전파에 따른 2차 감염을 우려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각막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목욕탕과 수영장 이용객 수도 급감했다. 전날 저녁 일산의 한 수영장을 찾은 사람은 단 네 명이었을 정도다. 수영강사 B씨는 “평일 저녁에는 40명 이상 이용하던 시설인데다 연초에는 다이어트 등을 목표로 등록하는 회원이 많이 늘었는데 문의가 뜸하다”고 털어놓았다. 확진자가 들렀다고 알려진 커피숍과 음식점도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어린이집 등원율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킨텍스 주변에 거주하는, 세 살 아이를 둔 직장인 C씨는 “맞벌이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지만 다음달 1일부터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기로 했다”며 “같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 중 절반가량이 등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다음달 대형 종교집회가 예정된 일산 킨텍스 주변 주민들의 걱정은 크다. 집회에 참석하는 교인만도 6,000여명에 달하는데다 이 중에는 외국인 신자도 적지 않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번째 확진자가 22~23일 묵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호텔뉴브는 최근 살균 방역 소독을 완료하고 열감지기 설치에 나섰지만 투숙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호텔 측에 따르면 확진자 투숙 사실이 알려진 후 객실 예약 취소율은 80%에 달했다. 호텔 관계자는 “설 연휴 즈음에는 매출이 전주에 비해 40%가량 오를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매출이 ‘제로(0)’에 가깝다”며 “지난 2018년 6월에 개업한 신생 호텔이라 입소문이 날 때인데 이런 일이 생겨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우한 폐렴의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자 확진자가 거주하거나 들렀던 해당 지역의 지자체는 대책 수립에 나섰다. 경기도는 이날 선별진료의료기관 지정을 확대하고 민간역학조사관을 임명하는 등 민관합동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강남구도 확진자의 동선 파악과 접촉자 역학조사를 강화하고 행동수칙 홍보에 나섰다. /이희조기자 일산·평택=우영탁·허진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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