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의 꿈이 현실에 단단하게 뿌리 내리게 된 이유, 영화 ‘히트맨’으로 4년만에 스크린 컴백한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허허허” 웃음을 흘리면서 인터뷰 현장을 제대로 사로잡은 정준호는 “충청도 남자들에게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죠”라고 말하며 취재진의 눈을 일일이 마주치며 공감의 눈빛을 이끌어냈다.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는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정준호는 사업과 연기를 하면서 느꼈던 시행착오 부분을 값진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연기자는 한 분야에만 종사하다보니, 집에서 곱게 자란 ‘집 토끼’ 같은 느낌이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연기자들이 사회로 나와서 고액의 사기를 당하는 사례들이 그의 말에 힘을 보탠다. 여러 방면의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현장이 그에겐 말 그대로 ‘체험 삶의 현장’이었다.
“연예인은 사회로 나오면 안 좋은 일에 휘말리기 쉽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나를 검증시킨다고 할까. 연기자 정준호는 사랑과 칭찬만 받는다면, 사업을 할 때는 질책을 많이 받아요. 특히 사업할 때는 여러 일에 휘말리죠. 고객들에게 불평 불만도 들을 수 있죠. 이런 여러 경험 덕에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국 홍보대사를 백여 개 정도 하는 정준호는 최근 리조트 불법 영업 논란에 휩싸인 적 있다. 그는 “어렵고 타이트한 인생이지만 배우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자그마한 일부터 도와주고 많은 일을 하다보면 여러 말들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현실도 직시하고 있었다.
정준호는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팬들과 소통하면서 내가 받은 사랑을 받은 돌려주는, 어떻게 보면 ‘기브 앤 테이크’의 개념이다” 며 “지역 축제에 가서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고, 내 팬 관리도 하면서, 저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보답하는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행복하다”고 전했다.
늘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는 정준호이지만, 스스로에겐 그 누구보다 엄격하다.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술도 줄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늘 새벽 6시에 기상한다. 새벽에 들어와도 정해놓은 시간에 늘 기상을 하는 남편을 본 가까이서 본 아내 역시 놀랄 정도이다. 정준호는 이하정 아나운서와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바쁘고 치열한 삶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는 정준호는 1만원 현금을 들고 남대문 새벽시장에 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쇼핑을 한다고 했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을 사는 재미와 새벽부터 나와 열심히 일하는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그 속에서 연기 영감을 얻는 건 덤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작은 데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말하는 정준호와의 인터뷰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자신이 4년 만에 출연한 영화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1995년 MBC 탤런트 공채 24기로 데뷔한 정준호는 영화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다. 원조 코미디 장인인 정준호가 권상우와 함께 영화 ‘히트맨’으로 돌아왔다.
‘코믹본좌’ 정준호가 자신의 장기인 코믹 영화로 돌아온 만큼, 그의 코미디 감각이 어떻게 스크린에 펼쳐질지 역시 관전포인트이다.
정준호는 “‘히트맨’은 액션, 코믹,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작품이죠. 애니메이션, 웹툰을 통해 다이내믹하고 스펙터클하게 그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신구 조합을 잘 해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부흥을 이뤘던 코미디 영화는 상황 개그가 웃음 포인트였다면 이제는 감각적이고 스피디한 코미디가 관객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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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이후 4년만의 스크린 컴백에 설렘과 부담감이 함께 느껴졌다. 현장에선 최고 선임자의 위치에 있게 된 정준호는 “연기자와 스태프, 제작자 간의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힘쓴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대한 지갑을 열어 팀의 회식비를 쏘는 일은 그의 몫이다. 현장에서 후배들과 어우러지며 뒤에서 받쳐주는 형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선임자의 모습이다.
‘히트맨’(감독 최원섭봉)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전설의 암살요원 준(권상우)이 1급 기밀을 술김에 그려 버리면서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물이다. 정준호는 이번 작품에서 과거 전설의 국정원 악마교관이자, 현재는 대테러 정보국 국장을 맡고 있는 인물 덕규로 분했다. 천덕규는 준을 ‘인간병기’로 길러낸 방패연 대장이다.
‘악마 교관’ 천덕규 캐릭터에 대해선 “악마 교관이지만, 인간 천덕규는 따뜻한 악마이자 정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주인공의 짠내나는 생활, 처절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웃음 뒤 진한 공감을 안긴다. 주인공 권상우가 짠나내는 삶을 생활 연기로 불러낸 덕분이다. 이에 정준호는 “코미디 속에 웃음이 있고, 스피드하게 달려가는 맛이 있지만, 진정한 코미디의 맛은 삶의 가치에 있다. 주인공 가장의 진정한 모습이 공감이 됐어요. ”라며 영화의 매력을 언급했다. 이어 “권상우 씨가 결혼하고 나서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권상우 씨는 자신의 단점을 권상우만의 매력으로 승화시킨 멋진 배우다. 게다가 같은 충청도 출신의 멋진 후배죠. 허허허”라고 권상우를 치켜세웠다.
나이 오십이 된 정준호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 정준호는 “배우는 욕심만 갖고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며 “주인공만 찾는 게 아닌 무엇보다도 나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 신년 가족 회의에선 “(배우 정준호란)공인의 가족이라 혜택을 보는 점도 있지만, 아픔을 겪는 경우도 많음을 항상 인지해라.”는 말도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초지일관 충청도 남자의 매력에 대해 설파하던 정준호는 “언젠가는 충청도 남자들의 누아르 사랑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밝혔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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