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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연 놀이치료전문가, “0~5세에 잘 놀아본 아이가 똑똑하다”

아이와 놀아주다보면 금세 녹초가 되어버리곤 한다. 충분히 놀아줬다고 생각하는데도 계속해서 놀아달라고 보채는 아이들 때문에 주말을 두려워하는 부모도 있을 정도다.

보통 ‘놀이’라고 하면 아이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같이 불태울 수 있을 정도의 체력과 충분한 시간, 비용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세상 누구보다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놀아주는 것에 부담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동 상담 및 부모교육전문가인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은 “0~5세는 신체, 언어, 인지, 정서 및 사회성 등 모든 영역의 발달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라며 “단계별 놀이를 통해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보연 소장이 최근 발간한 책 <0~5세 뇌가 쑥쑥 자라는 놀이육아>에는 수유하며, 목욕하며, 로션을 발라주며, 음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시도할 수 있는 애착놀이법 120가지가 담겨 있다.







다음은 이보연 소장과의 일문일답.

▲ 0~5세 사이에 적극적으로 놀이육아를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0~5세는 신체, 언어, 인지, 정서 및 사회성 등 모든 영역의 발달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이러한 영역의 발달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발달자극이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려면 경험과 즐거움이라는 2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어린 아이들은 단순히 보고 듣는 것만이 아닌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험’ 활동이 중요하며 ‘즐거움’이 있을 때 가장 오래 기억하고 학습한다. 또한 놀이는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고 관계를 강화시켜준다는 점에서 애착의 기초를 형성하는 유아기에 특히 중요하다.

▲ ‘놀이’라고 하면 시간, 비용, 공간의 제약 등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책 <0~5세 뇌가 쑥쑥 자라는 놀이육아>에서 언급하고 있는 놀이의 특징은 무엇인가?

- 일상생활과 관련되어 있는 놀이가 최고로 좋다. 아이들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놀이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이런 것들을 활용할 때 창의성과 문제해결도 촉진된다. 책에서는 거창하게 돈을 들이고, 시간과 공간을 내야만 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매일 보고 접하는 소재를 활용해 아이들의 발달수준에 맞게 할 수 있는 놀이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부모와 함께 놀이하며 친밀감과 유대감이 강화될 수 있도록 아이를 대하는 언어적, 비언어적인 방법도 함께 소개돼 있다.

▲ 놀아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주의력 부족 탓인지 유독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교육해야할까?

- 0~5세 사이 아이들의 주의력은 대체로 매우 짧은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기질적으로 주의력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 있다. 이들은 부모가 놀이를 소개할 때 자꾸 딴 짓을 하거나 쳐다보지도 않아 이끌어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산만한 아이들도 놀이를 재미있다고 느끼면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부모의 놀이제안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부모는 먼저 ‘재미있게’ 놀이를 소개했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다소 호들갑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과장된 말과 행동으로 아이의 주의를 끈 다음 놀이를 소개하고 시범을 보여주면 참여도가 높아진다.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너무 길게 설명하면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므로 짧게 말해주고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유도해주어야 한다. 또한 주변에 너무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자극이 있으면 더욱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에 놀이에 필요한 것들이 아니면 치워놓는 것도 좋다.

▲ 단계별로 아이에게 적합한 애착놀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먼저 0~12개월에는 1차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로 품어주고 수용해주는 애착놀이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뜻한 신체접촉이 있는 놀이, 마주보거나 같은 곳을 보며 함께 하는 놀이, 그리고 부모가 안전하게 아이를 안아주거나 들어주며 세상과 사물을 탐색할 수 있는 놀이 등이 좋다.
12개월~24개월에는 1차 애착을 바탕으로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 시기이다. 이때는 아이가 스스로 걷고 만지며 세상을 탐색하고 자율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놀이가 좋다. 부모와의 분리를 연습하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숨바꼭질 같은 놀이를 통해 즐겁게 분리를 연습해볼 수 있다.
24개월~36개월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독립된 존재로서의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로, 다양한 영역에서 스스로 도전해보고 숙달감을 느낄 수 있는 놀이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 보다 정교한 조작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언어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인 만큼 다양한 언어적 자극을 제공해주는 놀이도 반드시 필요하다.36개월~48개월에는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을 기반으로 또래집단 경험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로, 정서사회성 발달을 촉진시켜주는 놀이자극이 필요하다. 감정을 이해하고 나눌 수 있는 놀이, 역할극이나 상황극 놀이가 특히 유익하다.


▲ 아이가 지금 놀이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등 아이의 상태와 취향 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이는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 아이들은 그야말로 하루 종일 놀고 싶어 한다. 놀이는 ‘즐거움’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일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하면서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그건 놀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지루해 하거나, 계속해서 유튜브만 보려 한다면 그건 ‘심심하다’는 뜻으로 이때가 바로 놀이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보통 자신이 잘하는 놀이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매번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아예 하지 않으려 하는 아이들은 이후 발달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도 있으므로 부모는 아이의 호불호 혹은 능력의 편차를 잘 살펴서 이와 관계된 놀이를 더욱 흥미롭게 꾸며 시도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아이의 능력을 고려해 놀이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처음에는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리고 그 다음에는 조금만 노력하면 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잡아야 한다.

▲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매일 짧게라도 놀아주는 것과 일주일에 하루 이틀 충분히 놀아주는 것 중 어떤 것을 추천하는가?

- 어린 아이들에게는 규칙성,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의 기분이나 스케줄에 따라 달라지면 아이들은 늘 놀이에 굶주리고 놀아달라고 조른다. 매일 혹은 일주일에 3일 정도, 30분씩 아예 놀이시간으로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놀아주는 게 가장 좋다.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준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며 부모도 매우 지치는 일이므로 시간을 정해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놀아주는 것이 훨씬 좋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놀이는 아이들의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가장 흥미롭고 생생하게 가르쳐주는 수단이다. 따라서 충분히, 잘 놀아본 아이들은 훌륭한 사회적 적응 기술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어떤 부모들은 아이에게 놀잇감만 제공해주면 스스로 잘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호기심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노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놀잇감을 탐색하고 상상하고 조작하고 놀이대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보고 배워야 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수저질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함께 말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다양한 놀이시범을 보여주고, 호기심과 주도성을 격려해 줄 때 아이들은 놀이의 이득을 가장 많이 취할 수 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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