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최근 그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을 인공지능(AI)으로 완성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이다. 과연 생전의 역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베토벤의 작품이 AI의 도움으로 마무리될지 궁금해진다.
AI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그 대응전략의 일면을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교향곡의 첫 악장은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로 시작된다.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 연주하라는 지시다. 미묘한 균형을 찾아내라는 이 말이 AI 시대를 준비하는 데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AI에 대한 전망을 더욱 장밋빛으로 밝혀줬다. AI 관련 시장이 오는 2030년 13조달러 규모로 커진다는 맥킨지 보고서나, 전 세계적으로 AI 관련 특허가 연간 28% 급증하고 있다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발표는 이러한 전망을 더욱 강력히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많은 AI 관련 특허 출원을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전반적인 수준은 경쟁국에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기대나 조급한 대처로는 올바른 방향을 잃기 십상이다. 의사를 곧 대체할 것이라고 평가되는 IBM AI ‘왓슨’의 폐암 진단 정확도는 17.8%에 불과했다. 아마존의 AI 채용시스템이 여성 지원자를 차별하는 문제 때문에 폐기됐다거나 미국에서 잠재적 범죄자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한 AI 알고리즘이 흑인을 차별했다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AI 기술의 현주소와 장단점을 살피면서 그 기대와 적용속도를 ‘지나치지 않게’ 관리해야 할 이유이다.
AI 기술을 특허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특허청은 AI 관련 국내 연구소·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WIPO 및 다른 주요국 특허청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AI 추진 상황도 공유한다. 대체적인 평가는 특허 심사에서 언어의 한계를 극복해줄 ‘기계번역’ 등 일부 분야에서는 실무 적용이 가능하지만 ‘이미지 검색’과 같은 분야에서는 아직 충분한 기술 성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신속하되 과도한 기대를 버리고 AI 기술을 깊이 이해하면서 착실히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새삼 느낀다.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로 시작한 합창 제1악장의 지시문은 ‘그리고 약간 위엄 있게’로 끝난다. 한국 특허청은 ‘AI 국제 태스크포스(TF)’의 설치를 주도했고 특허행정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국제적인 논의도 TF의 공동의장국으로서 선도하고 있다. 그동안 쌓은 특허청의 경험과 전문성이 글로벌 특허시스템의 발전 과정에서 위엄 있게 드러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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