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주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교수(소화기내과)팀이 지난 2004∼2011년 부모나 형제자매가 위암 진단을 받은 3,100명의 가족 중 헬리코박터균 보균자 1,676명을 제균약·가짜약 복용군으로 나눠 2018년까지 위암 발생 여부를 추적조사한 결과다.
31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는 저명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영향력지수 70.67)’에 발표됐다.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위암 원인균이다. 강력한 위산이 분비되는 사람의 위(胃) 점막 상피에 기생하는 유일한 균으로 위암·위궤양·십이지장궤양 등의 발생에 관여한다.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국내 위암 발생자는 약 3만명으로 전체 암 발생 중 가장 많은 13%를 차지한다. 위암 환자의 가족은 환경요인, 헬리코박터균 감염 및 유전적 요인 등을 공유하므로 위암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이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헬리코박터균 보균자 1,676명을 최장 14.1년(중앙값 9.2년) 동안 추적관찰했더니 제균약 복용군은 1.2%(832명 중 10명)에서, 가짜약 복용군은 2.7%(844명 중 23명)에서 각각 위암이 발생했다. 제균약 복용군의 위암 발생위험이 55% 낮았다. 특히 헬리코박터균 제균에 성공한 군의 위암 발생률은 0.8%(608명 중 5명)로 지속적인 감염 상태를 보인 군의 2.9%(979명 중 28명)에 비해 위암 발생위험이 73% 낮았다.
최 교수는 “위암 고위험군인 위암 환자의 가족에게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높은 수준의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진료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헬리코박터균은 항생제 내성이 있을 수 있어 치료 후 반드시 제균 여부를 확인해야 위암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일반인에게서도 위암 예방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1만2,000명 이상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최 교수팀은 2003~2013년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조기 위암 환자의 병변을 도려내는 내시경 시술을 받은 396명을 최장 12.9년(중앙값 5.9년) 동안 추적관찰, 제균약 복용군의 위암 재발률이 7.2%로 가짜약 복용군(13.4%)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 같은 저널에 발표했다.
헬리코박터균이 성공적으로 제균된 환자의 위암 발생위험은 감염 상태 환자의 3분의1 수준이었다. 만성적인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으로 발생하는 위축성 위염(위 점막의 정상 조직이 소실돼 얇아진 상태) 호전율은 제균약 복용군이 48.4%로 가짜약 복용군(15%)의 3.2배였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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