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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국 혐오도 '마스크' 씌우자

김지영 사회부 기자





“한국에서 메르스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 중국은 한국을 이렇게까지 비난하지 않았어요. 요즘 한국에서 중국인을 비난하는 글들을 보니 마음이 아파요.”

한국에서 10년 넘게 사업해온 중국인 신모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토로했다. 한국이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또다시 한국 사회에서 번지는 ‘중국 포비아’는 자신이 여전히 이방인에 그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고 했다.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은 우리 일상을 뒤흔들었다. 힘든 수험생활을 마치고 올해 대학 입학의 꿈에 부풀어 있던 신입생의 상당수는 입학식도 치르지 못하게 됐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마지막이 될 어린이집 학예회는 1년의 준비기간이 무색하게 취소가 잇따랐다. 2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는 미리 예약한 하객 수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 같은 예상하지 못한 환경에 개인의 인생에서 한 번밖에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을 위태롭게 만든 중국인이 밉고 중국인을 피하고 싶다는 반응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길을 가던 중국인에게 “꺼져라”고 화를 내고 중국인의 식당 출입을 막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기적 처방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중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동네에 배달조차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공포만 확산시킬 뿐이다. 심지어 ‘중국인=바이러스’로 낙인찍고 혐오를 쏟아낼수록 잠재적 감염자는 신고하기보다 숨어버릴 가능성이 커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진원지인 중국이 하루빨리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도록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처방전을 내놓는 상황에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 중국에 마스크·방호복 등을 기부하는 국내 기업·민간단체를 향해 비난을 지양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천재지변의 당사자인 중국을 향한 혐오 목소리에 ‘마스크’도 씌워야 한다. 불필요한 반감은 악재가 될 뿐 상황을 타개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 대한 혐오나 편견은 경계할 때다.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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