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통제하는 주요한 방법으로 ‘슈퍼전파자’의 출연을 예방하는 것을 꼽는다. 슈퍼전파자는 사람 간 접촉으로 8명 이상을 감염시키는 환자를 뜻하는데 이미 2차 감염에 이어 3차 감염자가 나온 상황인 만큼 더 강화된 방역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 등 상황을 종합해 보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중 6번·8번·12번 환자의 경우 ‘수퍼 전파자’ 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3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다수의 수퍼 전파자 출현 가능성이다.
우선 국내에서 12번째로 확진된 중국 국적의 환자의 슈퍼 전파자 우려가 커진다 지난달 19일 일본에서 김포공항으로 들어온 이 환자는 증상 발생 후에도 이달 1일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약 2주간 KTX,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서울, 경기 강원 곳곳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12번 환자의 접촉자는 138명에 달해 추가 감염 가능성도 높다. 이미 아내가 14번 확진자로 판정을 받고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며 초등학생 딸은 격리돼 검사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접촉자는 자가격리 등 조치에 취해졌지만 환자가 불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환자는 병원이나 약국 등 의료기관도 다섯번이나 방문했는데, 이 중 대부분 우한 방문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선별진료가 되지 않았던 만큼 의료기관 내 감염도 우려된다. 의료기관 내 감염은 메르스 당시 감염자가 급속도로 불어난 원인이었다. 신종 코로나는 메르스보다 감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우려되는 것은 12번 환자 뿐만이 아니다. 3번 환자의 경우 6번 환자와 식사하면서 2차 감염을 일으켰고 6번째 환자의 가족 2명(아내와 아들)도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국내 첫 3차 감염이 발생했다. 3번 환자의 접촉자 수도 98명에 달해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병원에서 한 번 검사를 받았다가 음성 판정을 받았던 8번 환자 역시 이후 바이러스 감염이 쉽게 이뤄지는 목욕탕에 방문하는 등 2차 감염을 일으켰을 우려가 제기된다.
슈퍼전파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그만큼 감염병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경우 국내에서 모두 186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는데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감염자 5명이 전체 환자의 82%인 153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감염자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는 기존 확진자를 슈퍼감염자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슈퍼전파자가 나오기 위해선 확진자가 입원실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등 특수한 환경이 있어야만 가능하단 지적을 내놓는다. 더군다나 기존 확진자들이 감염 사실을 모르고 확진 전에 시내를 활보했다고 해도 몸에 지니고 있던 바이러스가 많지 않아 전파력이 크진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까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에선 이미 69세의 중국인 확진자가 병원 입원 중 의사 1명과 간호사 13명 등을 무더기로 감염시키는 등 슈퍼전파자 사례가 나타났다. 국내의 경우에도 12번 환자와 같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는 사례가 또 발생할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당시 호흡기 증상 등 바이러스를 광범위하게 퍼뜨릴 수 있는 증상이 심한 이들이 슈퍼전파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면서 “특히 호흡기 증상이 심한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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