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한국과 프랑스 간 문화교류의 장벽이 되지 못합니다. 현지인이 즐기는 문화생활 일상에서 우리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는 최준호(61·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교수는 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리려면 해외 문화공간에 더 다양한 한국 예술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과 프랑스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4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레지옹 도뇌르 기사장 훈장을 받는다. 한국인 공연예술 기획자로 레지옹 도뇌르를 받는 것은 최 교수가 처음이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그동안 지휘자 정명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영화감독 이창동,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이 받았다. 이미 지난 2005년 프랑스 학술훈장 기사장과 2007년 프랑스 문학예술훈장 오피시에장을 받은 최 교수는 “이번 수훈은 명예스러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 교수는 국립극장·예술의전당 등에서 프랑스 작품을 기획·초청하고 프랑스가 파리가을축제·상상축제·파리시립극장 등에서 한국 작품을 공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5년 한불수교 120주년 문화사업준비위원장을, 2015년 한불수교 130주년에는 ‘한불상호교류의 해’ 예술 총감독을 맡아 240여개의 예술작품과 양국 400개 이상의 행사를 기획·총괄했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993년 그는 국립극장에서 프랑스 작품 ‘앙드로마크’를 현지 연출가와 함께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그는 “1995년에는 프랑스에서 한국 문학 행사를 기획해 한국 작가들을 알리고 작품도 번역했다”며 “1990년 중반 이후부터 양국 간 문화교류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1998년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열린 ‘한국음악무용의 밤’은 그의 역작 중 하나다. 그는 “정악부터 판소리·굿까지 전통음악의 정수를 담은 4시간 공연은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2011년 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이던 당시 주최한 K팝 공연 예약이 순식간 동나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는 “현지인들이 다른 문화에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점이 문화교류에 큰 도움이 됐다”며 “양국 기관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이를 계기로 민간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유럽에서 한국을 알리려면 일상의 문화에 좀 더 스며 들어가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몇몇 K팝 그룹과 드라마로는 한계가 있다”며 “극장·공연장에서 한국 예술의 이해 폭을 넓힐 수 있는 작품들을 더 많이 올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예종 기술지주회사 이사인 그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심의위원회위원장, 실감형콘텐츠진흥위원회·국제문화교류진흥위원회 위원, 의정부음악극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고 있다.
그는 “문화예술 정책은 예술 공연 인재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도록 돕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앞으로 후배들의 문화창작 활동 여건을 개선하는 데 여력을 쏟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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