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과 대안신당이 중도 대통합을 목표로 한 ‘통합신당’ 설립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바른미래당의 사실상 ‘공중분해’와 안철수 신당 설립까지 맞물리는 이른바 제3지대를 목표로 한 야권 정계 개편이다.
바른미래당의 한 호남계 의원은 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양측 사이 통합은) 교섭단체를 만들어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보다는 중도 대통합이 목표”라며 “현재 대안신당 측과 통합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안신당 측 고위관계자도 “방식은 통합신당 설립”이라며 “최대한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이나 말까지 통합신당의 모습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게 대안신당 측의 설명이다. 중도 대통합이라는 지향점 아래 호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절차에 돌입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양측은 ‘도로 호남당’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고 30·40대 젊은 층까지 흡수하고자 현재 창당을 준비 중인 곳과도 접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소속의 정인화(전남 광양시·곡성군·구례군, 초선) 의원에게도 입당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직접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다. 현재 양측이 추진 중인 흐름에 합류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양측 통합이 본격화할 경우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안철수 신당 창당과 바른미래당의 분열 등 중도·제3지대를 표방한 야권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통합 카드로 본격적인 지각 변동에 시동을 건 셈이다. 다만 과정은 여전히 쉽지 않다.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과 대안신당 측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현재 신당 창당 작업에 참여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창당 이후에는 손 대표가 이른바 ‘아름다운 은퇴’를 선택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중도 대통합이라는 기치를 내건 통합신당을 창당하기까지가 손 대표와 함께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뜻이다. 앞서 3일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과 남아 있는 안철수계 의원들은 “다음주 월요일(10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 탈당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또 손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이찬열 의원도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손 대표가 이 같은 요구를 거절할 경우 유승민계 의원 8인에 이어 나머지 의원들까지 당을 떠나면서 바른미래당은 창당 2년 만에 현역 의원이 1명도 없는 ‘손학규 1인 정당’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앞으로 있을 손 대표의 거취 표명이 ‘호남 통합신당’ 설립에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은 “손 대표가 (통합작업에) 함께하고 있으나 그가 (창당) 이후에는 명예롭게 퇴진해야만 통합신당 설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안신당 측도 “(손 대표)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통합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고 전했다.
/안현덕·구경우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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