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총회에서 의결한 재건축조합의 용역계약도 효력을 가진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건축사무소 A사가 서울의 B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A사는 지난 2013년 9월 B조합과 73억원 규모의 공사 감리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조합은 공사비가 증액됐다며 2016년 11월 11억원이 늘어난 84억원의 용역비 증액 변경계약을 맺었다. 이후 B조합은 계약 체결에 앞서 정기총회를 개최해 의결했지만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됐다.
A사는 계약이 체결됐기에 용역비를 요청했지만 B조합은 이사회 안건에서 부결됐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사는 증액된 용역비 11억원과 부과세를 포함해 13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이사회 승인 없이 총회에서 용역비 증액을 결정한 것은 효력이 없다며 B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결은 단지 변경계약 체결 여부 및 내용을 이사회나 대의원회에 위임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감리 용역비 증액 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의결에는 이미 그 증액된 예산을 사용하고 변경계약에 따라 감리 용역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도 포함된다”며 “변경계약 체결에 별도의 대의원회 결의가 필요하다 볼 수도 없어 용역비 증액은 효력을 지닌다”고 판단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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