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의 조직 경쟁은 한노총이 민노총에 제1노총의 자리를 빼앗기며 가열됐다. 2016년 60만명대였던 민노총 조합원은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71만명으로 늘더니 2018년 36%나 급증했다. 현 정부의 친노 바람을 타고 정규직으로 전환한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힘 센 민노총의 울타리에 들어가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수세에 몰린 한노총으로서는 1위 탈환을 위해 삼성만 한 곳이 없는 셈이다.
물론 근로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은 소중한 가치다. 경영자에게도 노사 상생은 생산성을 끌어올릴 절대적 요인이다. 삼성이 무노조정책을 없앤 것도 노사관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양대노총이 이런 상황을 조직 확대의 기회로 삼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지금 산업현장은 노조가 세 대결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경기침체의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등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0% 이상 곤두박질쳤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어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0%나 급감했다. 지금은 양대노총이 조직 확대를 통한 투쟁에 힘을 쏟을 때가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해 도움을 줄 길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점이다. 네덜란드를 위기에서 구한 바세나르 협약의 근저에 노조의 대승적 결단이 있었다는 점을 양대노총은 아직도 모른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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