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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거주지역 영어유치원, 학부모와 '휴원 갈등'

■신종 코로나에 교육현장도 홍역

학부모 "감염우려...문 닫아라"에

유치원 "며칠만 쉬어도 손해" 난색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의 한 어린이집 입구에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 고양·부천·수원시의 모든 유치원ㆍ어린이집이 3일부터 일주일 동안 휴업한다고 공고했지만 따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학부모를 위해 돌봄 서비스는 제공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급증한 가운데 확진자들이 거주하거나 다녀간 지역의 영어유치원들이 휴원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학부모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휴원을 요구하지만 영어유치원은 재정상의 이유 등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경기도 고양·수원·부천 등지의 영어유치원에는 학부모들의 휴원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고양은 3번 확진자가 방문했던 곳이며 수원과 부천은 각각 15번, 12번 확진자의 거주지다. 영어유치원 측이 원생들의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의무화하는 등 감염증 예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고양의 한 영어유치원 관계자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병에 걸리면 책임질 것이냐’는 취지의 학부모 전화가 많게는 하루에 20통까지 걸려온다”며 “교사들이 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영어유치원은 대부분 일반 유치원이 아니라 영어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교육부가 내리는 휴원 권고나 행정명령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일 이번주 개학이 예정된 고양 지역 유치원 157곳에 휴원을 권고하고 수원과 부천 지역 유치원에는 휴원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영어유치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학부모들은 자체휴원을 요구하지만 영어유치원 측은 고액의 인건비가 투입되는 원어민 교사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 며칠만 휴원해도 재정에 큰 구멍이 생기기 때문에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고양의 한 영어유치원 교사는 “일반 유치원에 비해 비싸지만 원비의 80~90%는 인건비에 들어가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며 “국공립 유치원처럼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어서 일주일만 휴원해도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4번 확진자가 방문했던 경기도 평택 지역의 한 영어유치원 관계자도 “자녀 미등원을 이유로 원비를 납부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있어 수입이 상당 부분 끊겼다”이라며 “요즘 같은 시국에 어린이들이 많이 모이는 사업장 사정이 다 비슷한 것은 알지만 금전적 고충이 심각하다”고 털어놓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휴원을 강행한 곳도 있었다. 3일부터 휴원한 부천의 한 영어유치원 관계자는 “원생들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판단하에 휴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은 학원으로 분류된 곳에도 휴원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 일반 유치원에 내려지는 조치에 비해 미미하다. 일반 유치원과 초중고에는 정식 공문을 통해 권고나 행정명령이 내려지지만 영어유치원을 포함한 학원에는 간소화된 형태의 권고가 전해진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과 논의해 휴업하라는 권고가 (감염증에 대한) 우려가 있는 지역 학원 원장 등 관계자들에게 문자메시지와 교육지원청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4일 전달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어유치원과 관련해 제대로 된 체계가 없어 신종 코로나 유행과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혼란이 크다고 꼬집었다.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영어유치원은 학원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 유치원으로 여겨져 교육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관리·감독이 철저한 일반 유치원과 달리 시스템이 전혀 체계화돼 있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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