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종 코로나 합병증인 폐렴의 조기진단에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HRCT) 영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번 환자의 경우 가벼운 열·오한·근육통 증상이 나타난 지 3일 만에 폐렴에 걸리고 2주 이상 높은 산소요구량으로 심각한 임상 과정을 보여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중증도가 낮다는 인식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5일 퇴원한 2번 환자와 격리해제를 앞둔 1번 환자 치료에 공통적으로 쓴 약은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정. 두 성분(로피나비르, 리토나비르)의 복합제로 에이즈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 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한다.
◇빠른 폐렴 진행·심각한 임상과정…중증도 사스 수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은지 13일 만인 5일 퇴원한 2번 환자(55세 남성)는 입원 당시 인후통 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복용하던 해열제를 중단하자 체온이 38도까지 상승했다. 의료진은 입원 3일째에 칼레트라정 투여를 결정했다.
주치의였던 진범식 감염내과전문의는 “항바이러스제 투여 3일째부터 흉부X선 영상에서 호전 소견을 보였고 입원 7일째부터는 기침 등도 소실됐다”며 “이후 6회 연속 상기도·하기도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등 격리해제 기준을 충족했다”고 했다.
임상 증상이 없고 24시간 간격으로 2회 시행한 PCR 검사에서 음성(바이러스 미검출)으로 확인되면 의료진의 판단하에 퇴원 조치할 수 있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 주치의와 대한감염학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와 질병관리본부가 함께 결정했다.
방지환 중앙임상TF팀장(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치료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려면 상당한 임상결과가 쌓여야 하지만) 중증 환자에게 칼레트라를 쓰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는 열흘 뒤 외래진료를 받는다. 진 전문의는 “정기적으로 추적관찰하며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있는지 등을 봐야 한다”며 “흉부X선·혈액·폐기능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인천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아온 1번 환자(35세 중국인 여성)도 격리해제를 앞두고 있다.
김진용 감염내과 전문의는 “지난 1일과 2일 진행한 PCR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고 임상 증상이 사라진 3일과 4일 이뤄진 검사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나오면 6일께 격리해제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 우한으로 돌아가는 하늘길이 끊겨 퇴원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과 홍성태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팀이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에 발표한 2건의 논문에 따르면 1번 환자는 폐렴을 암시하는 임상적 특징을 보이지 않다가 증상 발생 3일째인 지난달 21일 HRCT 스캔에서 폐렴 증상이 보였다. 반면 같은 날 실시한 흉부X선 검사에서는 폐 침윤이 관찰되지 않고 25일에야 폐 침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해상도 CT를 찍지 않았다면 폐렴의 조기진단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21일부터 칼레트라정을 투약하자 최고 38.9도까지 올랐던 열은 격리 입원 11일 만에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흡곤란 증상은 14일 만에 개선됐고 흉부X선 검사상 폐 병변도 줄었다.
연구팀은 “이번 환자의 사례로 볼 때 상부 호흡기 감염에서 폐렴으로 진행할지 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역학적 연관성이 있으면서 관련 증상이 있는 모든 사람을 선별검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폐렴구균백신 접종하면 합병증 예방에 도움
겨울에 늘어나는 감기·독감·폐렴은 비슷한 점이 많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까지 합세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감기·독감·폐렴은 초기에 기침·발열·오한이 발생하며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도 1주~2개월로 다양하다.
감기는 200여 가지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고 증상도 약한 편이어서 똑 부러진 치료제가 없다. 대개 증세를 완화하는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독감은 독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열·오한·두통·근육통 등이 함께 온다. 폐렴은 누렇고 냄새나는 가래와 숨찬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감기보다 오래가고 증상이 심하다. 따라서 갑자기 심하게 아프거나 생각보다 오래 증상이 지속되면 병원 진료를 받아 폐렴이 아닌지 확인하는 게 좋다.
신종 코로나와 독감의 대표적 합병증은 폐렴이다. 폐렴은 대부분 세균·바이러스가 감염원이지만 곰팡이에 의한 감염도 있을 수 있다. 미생물이 원인이 되는 폐렴은 원인균에 따른 치료를 한다. 초기에는 세균성 폐렴으로 가정해 경험적인 항생제 치료를 하고 원인 미생물이 밝혀지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로 변경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에는 아직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환자가 완치될 때까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 치료를 하게 된다. 항생제는 바이러스 감염보다는 이차적인 세균 감염이 발생한 경우 사용한다.
독감·폐렴백신을 동시 접종하면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또 폐렴구균백신 접종은 신종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이로 인한 폐렴, 폐렴구균 감염 합병증 등 예방에는 도움이 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히 (당뇨병 환자 등) 만성질환자는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하면 65~84%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미접종자와 비교하면 치사율, 중환자실 입원율이 4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조언했다.
폐렴구균 백신은 13가지 균을 방어하는 13가 백신, 23가지 균을 방어하는 23가 백신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국가에서 23가 백신을 1회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감기·독감·폐렴 비교
구분 | 감기 | 독감(인플루엔자) | 폐렴 |
감염원 | 감기 바이러스 | 독감 바이러스 | 폐렴구균·바이러스·곰팡이 |
초기 증상 | 기침, 발열, 오한 등 비슷한 증세 | ||
차이점 | -증세가 서서히 나타남 -대개 미열에 그침 | -갑자기 증상 악화 -39℃ 이상 고열 | -누런 가래 -증상이 오래 지속 |
예방약 | 없음 | 독감 백신 | 폐렴구균 백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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