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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다시 나랏돈 풀기로 땜질만 하고 넘어갈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재정 집행부터 계획대로 신속하게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공개 발언의 3분의 2 가량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고 ‘경제’는 무려 열 다섯 차례나 언급했다. 더구나 ‘신속한 재정 집행’을 주요 정책 수단으로 지목했다는 점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민주당은 벌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군불을 때는 분위기다. 최운열 의원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추경 등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글로벌 시장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와 집권 여당이 한 목소리로 경기 침체를 막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줄곧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섰던 전례대로 이번에도 나랏돈을 풀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조급함이 드러난다. 게다가 추경 편성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연간 예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추경을 물어보는 자체가 굉장히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은 직후라는 점에서도 성급한 주문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공급망이 끊긴 대기업은 물론 중국 시장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속이 타 들어간다. 건설현장, 외식숙박업소, 농어촌 현장에서는 중국인 근로자들을 꺼리며 공백을 빚고 있는 형편이다. 이 상황을 재정투입만으로 수습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민간 영역이 침체되지 않도록 노동·환경 등 각종 규제를 덜어내고 감세 등으로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숨통을 틔우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혹여 타이밍을 놓치면 사망 선고를 받는 기업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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