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강요죄 혐의를 다시 재판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6일 광고사 지분강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차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상고심에서 강요죄 부분의 법리 적용에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앞서 차씨는 2심에서 징역 3년을, 송 전 원장은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장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상고심 선고에서도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장씨에게 징역 1년 1개월을, 김 전 차관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들에게 적용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중 강요죄 부분에 대해서만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차씨 사건에 대해 “KT 회장 등에게 특정인의 채용과 보직을 청탁하고 특정업체의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한 행위는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씨에 대해서는 “기업 대표 등에게 특정 체육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요구한 행위는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 혐의 중 강요죄에 해당하는 협박이 인정되려면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위를 이용해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했다고 해서 해악의 고지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다만 대법원은 이들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선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차씨는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의 지분을 강제로 취득하기 위해 다른 광고업체 컴투게더의 대표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자신의 측근을 KT 전무에 채용시키려고 KT 회장에 압력을 넣고 최씨와 함께 설립한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에 KT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장씨와 김 전 차관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압박해 한국통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 18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국가보조금 2억4,000만원을 가로채고 센터 자금 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장씨의 국가보조금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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