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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의 30초 월스트리트] 美에 고개 숙인 中…"무역합의 당분간 문제 없다"

美선 “中 1단계 무역합의 이행 몰두”

中 내부수습에 외부갈등 여력 적어

코로나 사태 정치적으로는 양국 윈윈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고 있다. /CNBC 방송화면캡쳐




결국 중국이 다시 한번 미국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6일 중국 국무원은 14일부터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의 관세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고 밝혔는데요. 미국산 석유와 콩, 돼지고기, 소고기가 포함되며 관세가 10%였던 것은 5%로, 5%인 것은 2.5%로 낮아집니다.

미국의 반응은 어떨까요. 미 경제방송 CNBC는 “갑작스러운 발표”라며 그 원인을 두 가지로 봤습니다. 하나는 미중 무역합의에 따른 미국에 호의를 보이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로써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그 속이 어찌됐든 당분간 더 탄탄하게 유지될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관세 인하 결정은 중국 지도부가 1단계 무역합의 이행에 여전히 몰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미국과 다시 무역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을 것입니다. 내부 수습에도 정신이 없기 때문이죠. 미국과 약속했던 2년 간 2,000억달러 수입약속 문제도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되레 잘 풀릴 수 있게 됐습니다. 천재지변이 일어났으니 수입물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당초 양국의 합의에도 이 같은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처음부터 2,000억달러는 달성하기 힘든 물량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역합의로 이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것과 일부 수출이 늘고 있다는 게 대선을 앞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민주당을 포함해 언론에서는 수출 물량이 제대로 늘지 않으면 공격을 했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른 중국으로의 수출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느 정도의 물량 조정이 이뤄질 수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죠. 스티븐 므누신 장관은 6일 “합의가 계획대로 계속 이행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부담스러운 수입물량을 조절할 수 있고 미 대선 결과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중국의 전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코로나 사태로 미중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고 보는 건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G2지만 힘 차이가 너무 큰 G2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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