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국내 여자프로골프에서 가장 뜨거웠던 영건 듀오가 ‘손님’ 자격으로 나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조아연(20·볼빅)과 최혜진(21·롯데)은 7일 호주 빅토리아주 서틴스비치 골프링크스에서 계속된 LPGA 투어 2020시즌 세 번째 대회 빅오픈(총상금 110만달러) 2라운드에서 나란히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인 둘은 초청선수 자격으로 이 대회에 출전했다. 오는 4월 KLPGA 투어 본격 개막을 앞두고 겨울 전지훈련을 하던 중 시험 삼아 나간 대회인데 터줏대감들 틈에서 매운맛을 뿜어내고 있다. 내친김에 우승까지 달리면 곧바로 LPGA 투어 진출권을 얻는 ‘신데렐라’가 된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도 2017년 LPGA 투어 대회(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이듬해 미국에 진출했고 2년 차인 지난 시즌 전관왕 위업을 달성했다.
2019 KL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린 신인왕 조아연은 대회 둘째 날 비치코스(파72)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언더파를 보탰다. 버디 6개(보기 1개)를 몰아쳐 31타를 적을 정도로 후반 9홀에서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퍼트 수 26개가 말해주듯 그린 플레이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1라운드 공동 22위에서 19계단을 뛰어오른 10언더파 공동 3위다. 13언더파 선두 매들린 삭스트룀(스웨덴)과는 3타 차다. 조아연은 뉴질랜드 전지훈련이 올해로 5년째라 이맘때의 호주·뉴질랜드 환경에 익숙하다.
최혜진은 지난해 가을 LPGA 투어 입학 시험인 퀄리파잉에 응시하려다 포기하고 KLPGA 투어에 ‘올인’했다. 그 결과 시즌 5승으로 상금왕·대상(MVP)·최소타수상·다승왕을 싹쓸이했다. 올해는 LPGA 퀄리파잉에 나갈 계획인데 그 전에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면 퀄리파잉을 치를 필요가 없어진다. 또 올 시즌 출전권이 있는 LPGA 투어 대회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갈 예정이라 일정 상금 이상을 모으면 투어 진출권을 주는 제도도 노릴 만하다.
베트남 훈련으로 샷 감각을 끌어올린 최혜진은 이날 크리크코스(파73)에서 그린 적중률 100%를 자랑했다. 전날 비치코스에서도 그린을 한 번밖에 놓치지 않았다. 이틀간 아이언 샷 정확도가 무려 97%다. 관건은 33·32개로 다소 많았던 퍼트 수를 3·4라운드에 얼마나 줄이느냐다. 최혜진은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의 5언더파 68타를 쳤다. 이틀 합계 8언더파 공동 11위다. 몰아치기가 언제든지 가능한 코스라 선두와 5타 차도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3·4라운드는 전원이 비치코스에서 친다.
새 시즌 첫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군단의 최대 적은 삭스트룀이다. 그는 직전 대회인 게인브리지 LPGA에서 데뷔 4년 차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하타오카 나사(일본), 대니엘 강(미국) 등 강자들의 추격을 이겨내고 트로피를 든 자신감으로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두드리고 있다. 첫날 강혜지와 공동 선두였던 삭스트룀은 이틀째 비치코스에서 5타를 줄여 2위와 1타 차의 13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다. 강혜지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박희영과 나란히 중간합계 9언더파를 적었다. 지난해 LPGA 투어 신인왕 이정은은 8언더파, 올해 신인 전지원은 7언더파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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