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의 쓴소리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가 가장 도덕적이고 성실한 주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나도 정부에 30년간 몸담았지만 정부가 국민 삶을 규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책임진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 얘기다. 앞서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의 방만한 운영행태를 놓고 “스튜어드십코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보다 더 나쁘다”며 “풋내기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일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전문가들이 국민연금을 앞세워 기업을 옥죄고 소중한 연금 수익성마저 훼손하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다.
그러잖아도 문재인 정부는 임금과 근무시간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도 모자라 환경·안전을 앞세워 기업 경영에 부담만 떠넘기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일자리를 급조하는 재정 만능주의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이 와중에 노동계만 몸집을 불리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시민들은 마스크 한 장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공장에서 일일이 정부의 허가를 받는 것도 모자라 노조의 소송까지 걱정하는 현실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정부는 이념과 독선에 치우친 정책을 내려놓고 민간 활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규제만능주의나 재정중심주의는 과감히 버릴 때가 됐다. 그래야 진정한 혁신이 활짝 꽃피면서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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