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이런 직장이 어디 있는지..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 거절하면 말도 안 태워준다.”
지난해 11월 29일. 故 문중원 기수가 석 장의 유서를 남긴 채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숙사 안에서 숨졌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기수가 세상을 떠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부터 네 명의 기수와 세 명의 마필관리사가 세상을 등졌다.
한 사업장에서 7명이나 되는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 기수가 남긴 유서에서 죽음의 단서를 찾아봤다.
문중원 기수가 남긴 유서에는 조교사(경마 경기의 감독 역할을 하는 직책)의 부당한 지시 내용이 들어있었다. 또 마방 배정 심사 비리 의혹과 같은 일도 빼곡히 적혀있었다. 문 기수는 조교사가 기수에게 “말을 대충 타라”는 지시를 했다고 했다.
이를 거부하면 다음부터는 다친 말을 타거나 말을 탈 기회가 없었다고도 했다. 기수와 조교사는 마사회와 계약관계를 맺은 개인사업자다. 조교사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상금을 타지 못하면 생계를 이어가는 것도 어려웠다고 문 기수는 털어놨다.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절한 문 기수는 조교사 시험에 도전했다. 그리고 2015년 5월 최연소로 조교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마방 배정 심사에서 잇따라 떨어지며 4년 넘게 고배를 마셔야 했다. 공고가 나면 마사회 간부와 친분이 있는 조교사가 배정받을 거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번 주 8일(토) 오전 8시에 방영될 SBS ‘뉴스토리’에서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기수와 마필관리사들이 왜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지, 부산경마장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마사회가 말하는 이른바 ‘선진 경마’는 무엇인지 심층 취재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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