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발병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평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가 나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 평양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북한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외부지원이 불가피하다. 취약한 보건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 발병은 재앙에 가까운 국가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김정은 정권도 남한이 내민 도움의 손길을 마냥 뿌리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과거에 남한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음에도 2009년 신종플루 지원,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방역을 위한 열 감지 카메라 제공, 2015년 메르스 관련 검역 장비지원을 남측에 요청하거나 수용한 것도 감염증 확산 차단을 국가 생존의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통미봉남을 노골화하며 사실상 남한과의 교류를 중단했다. 이 같은 남북관계의 엄혹한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남북방역 협력 추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봉쇄할 정도로 극단적인 방역대책을 세웠음에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남측의 남북 방역협력 제안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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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국내 한 언론은 대북소식통이 “중국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자 북한은 외국을 다녀온 모든 사람을 일정 기간 격리하고 전수 검사를 실시 중”이라며 “이 가운데 중국을 방문했던 평양 주민 1명이 최근 의심 증상을 보였고, 북한 보건 당국의 검사 결과 확진자로 판정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남북이 지난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하여 방역 및 보건·의료분야 협력 강화를 약속한 바 있는 만큼 북한이 남한의 방역협력 제안을 수용하면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감염병 방역은 군사 목적보다 인도주의적 성격이 강한 만큼 미국 및 국제사회도 남북협력을 막아설 정치적 명분이 부족하다. 한미는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추정되는 한미워킹그룹에서 남북 방역협력 문제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에 따르면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 특별 부대표가 오는 10일께 방한해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만나 워킹그룹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방역협력이 실제 성사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과 재난 공동대응’ 연구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지난해 말 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남북 재난 공동대응이 성과를 거둔다면 관광 재개 등의 남북 협력과 북한의 관광활성화가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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