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새 아파트 분양시장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애초 올 2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아파트들이 청약을 예정하고 있었다. 기존 예정 물량에 1월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청약업무를 이관하는 과정에서 분양을 하지 못했던 이월 물량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나날이 확진자가 늘어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청약 일정을 미루거나 모델하우스 개관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속나오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가 청약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 2월 총 1만 5,465가구 분양 대기 했는 데 = 직방에 따르면 2020년 2월 전국 26개 단지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총 가구 수는 1만 9,134가구며 이 가운데 일반분양은 1만 5,465가구다. 이는 지난해 2월과 비교할 때 총 가구 수는 9,196가구(93% 증가), 일반분양은 7,826가구(102% 증가)가 더 많다.
대부분은 수도권이다. 전국에서 공급하는 1만 9,134가구 중 1만 376가구가 수도권에서 분양 준비 중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가 6,559가구로 가장 많은 공급이 계획돼 있으며, 과천지식정보타운, 위례신도시 등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 분양도 넉넉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기 하남시 학암동에서는 위례신도시중흥S클래스가 475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전용면적은 101~236㎡로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아파트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인근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에 따라 전매기간이 결정될 전망이다. 수도권 투기과열지역에 위치한 공공택지, 민간택지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의 100% 이상이면 5년, 80%~100%면 8년, 80% 미만이면 10년의 전매제한 기간이 적용된다.
최고 59층의 주상복합아파트인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도 2월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이 단지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30-2번지에 있으며 총 1,205가구가 모두 일반분양된다. 전용면적 84~175㎡로 구성되어 있으며 송도국제도시는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상대적으로 길지 않다. 지방의 경우 대구시(2,191가구), 전라남도(1,729가구), 충청남도(1,344가구)에서 비교적 많은 신규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공공분양 로또’ 마곡9단지 분양 연기 = 다만 이달 들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 되면서 모델하우스 개관이나 청약 일정을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2월 서울시에서 유일한 분양 예정 물량인 서울 강서고 마곡동 마곡지구 9단지가 대표적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행하고. 총 1,529가구 중 962가구가 일반분양되며, 전용면적 59~84㎡로 구성돼 있다. 이 단지는 그동안 청약 일정이 계속 미뤄져 왔던데다 기대 시세차익이 큰 단지로 꼽혀 수요자들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SH는 최근 청약일정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당초 5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 접수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SH는 추이를 봐가면서 빠르면 2월 말 쯤 공고할 계획이다.
또 다른 로또 단지로 꼽히는 경기 과천시 갈현동 과천제이드자이의 경우 분양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청약 전 모델하우스는 열지 않기로 했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로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고, GS건설이 시공하는 과천제이드자이는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 S9블록에 있는 단지로 총 647가구, 전용면적 49~59㎡로 구성돼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청약 당첨자에 한 해 다음 달 모델하우스 현장을 방문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이달 분양 예정인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아파트 견본주택을 온라인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견본주택은 입주자모집공고일로부터 청약 당첨자 발표일까지는 운영하지 않고, 청약 당첨자 발표일 이후 당첨자를 대상으로만 운영한다. 매교역 푸르지오 SK뷰는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209-14 일원에 들어서며, 지하 2층~지상 20층, 52개동 총 3,603가구 대단지로 조성된다. 전용면적별로 59㎡부터 110㎡까지 총 1,795가구가 일반분양 된다. 3.3㎡당 평균분양가는 1,810만원이다. 14일 사이버 견본주택 오픈 이후, 18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9일 1순위, 20일 2순위 청약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GS건설은 올해 첫 분양예정 단지인 대구 청라힐스자이 모델하우스 개관을 7일에서 21일께로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청라힐스자이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이(Xi) 브랜드로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공공분양을 제외하고 민간에서 분양 일정을 미룬 사례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추후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에 따라 일정 조정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전염병 확산을 막고 많은 방문객을 모집하려면 일정을 연기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월 계획 물량은 청약홈 시스템의 안정화 여부와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미뤄질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며 “올봄 분양시장은 어느 때 보다 물량이 출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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