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걱정되지만 취업을 준비하려면 지금 시험을 볼 수밖에 없어요.”
9일 오전 영어능력 평가시험 토익(TOEIC)이 열린 서울 종로구 대신고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최모(27)씨는 “시험 결과가 2주 뒤에 나오는데 상반기 채용 지원서에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기입하려면 응시를 미룰 여유가 없다”며 시험장에 들어섰다. 한국토익위원회는 신종코로나 감염 우려에 응시자가 원하면 이날 시험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는 “평균적인 시험 취소율은 5~10%인 반면 오늘 시험은 약 25%가 시험 연기나 취소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쇼핑가나 극장 등 방문객들이 급감한 것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취소율이다. 전날 진행된 제46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시험 결시율도 32%로, 평상시의 20% 안팎에서 10%포인트 웃도는데 그쳤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코로나 공포’보다 ‘취업난 공포’가 더 컸던 셈이다. 대신 이날 시험장 출입구는 ‘공항 수준’의 방역망을 방불케 했다. 마스크를 쓴 한국토익위원회 직원들이 나와 수험생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미착용한 수험생은 시험을 볼 수 없다”며 마스크를 일일이 나눠줬다. 들어가기 전 손 소독제도 필수로 사용하게끔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치러진 HSK(중국한어수평고시) 시험장에 온 응시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제로 손을 소독해야 했다. 특히 ‘체온이 37.5도를 넘지 않는다’, ‘최근 14일 내 중국에 체류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까지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딸을 데려다주러 시험장을 찾은 이모(48)씨는 “이미 잡은 일정이라 시험은 보기로 했지만, 딸에게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도록 일렀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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