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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산업 지원 백신 '규제 샌드박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시행 첫해 195건 승인 '목표치 2배'

민관 협력 과제발굴 사각지대 없애

법령 개선안 마련 등 사후지원 강화

지속가능 '규제혁신 플랫폼' 만들것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885년 루이 파스퇴르가 광견병 백신을 개발하면서 현대적인 백신과 예방접종 개념이 정립됐다. 면역력을 만들기 위해 약한 병균 독소를 인체에 주입한다는 혁신적 사고가 인류를 전염병의 공포에서 해방시켰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도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백신을 예방접종하는 것처럼, 실증특례와 임시허가를 통해 미리 점검하고 보완함으로써 우리 신산업이 규제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 지 1년이 흘렀다. 제도 시행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총 195건의 과제를 승인해 당초 목표의 두 배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영국·일본 등 샌드박스를 먼저 도입한 외국과 비교해도 산업·금융·지역의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규제혁신 성과를 보였다. 산업융합 샌드박스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의료·식품 등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총 39건을 승인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고 미래 신산업의 시장출시를 앞당기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공유주방,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등은 공유경제의 선도적인 사례가 됐다. 미래 신산업의 시장출시를 위한 계기도 마련했다. 국내 최초로 실외 자율주행 로봇과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서비스, 소비자 선택형 전기요금제서비스 등 신제품·서비스의 안전성이 우리 생활 속에서 실험될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 되는 ‘따뜻한 샌드박스’ 사례도 있다. 수동휠체어 전동 보조키트는 장애인이 손쉽게 이동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372대를 판매해 기업 매출이 약 50% 증가했고 유럽연합(EU) 등에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성과 확산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부는 과제 발굴 단계에서 민관 협업을 강화할 것이다. 올해부터 대한상의에 신설된 민간 접수기구와 긴밀하게 협력해 혁신의 외연을 획기적으로 넓히고 규제 발굴의 사각지대도 없앨 계획이다. 산업부가 중요 과제를 업체 등과 협의해 공동 발굴하는 톱다운 방식과 기업이 신청하는 보텀업 방식, 대한상공회의소에 신설된 민간 접수 기구 등 ‘3대 샌드박스 과제 발굴 체계’를 통해 혁신 사례 창출을 가속화하겠다. 지난해가 제도 안착기였다면 올해는 도약기로서 샌드박스가 규제혁신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과제 발굴 강화와 사후지원 및 제도화 보강 등 두 가지 방향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사후단계에서도 밀착 지원할 예정이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규제 수리 워킹그룹’을 통해 성공적인 실증과제에 대해 법령 개선안을 마련하고 규제 부처에 제안하는 서비스가 이뤄진다. 규제혁신의 성과가 산업 전반에 파급되도록 관계부처와 소통을 강화해 법령정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의료, 에너지 신산업 등 미래 분야에서 산업지형을 바꿀 수 있는 핵심 규제 해소에 각별한 관심을 갖겠다.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샌드박스’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개별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어려움을 헤아리며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에 힘이 되고 삶을 변화시키는 과제를 찾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지능화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는 신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게 규제라는 무거운 짐을 덜어줘야 한다. 앞으로도 샌드박스가 사회 곳곳에서 신산업의 출현을 저해하는 비합리적인 규제를 해소하고 예방하는 ‘규제 백신’으로 지속 발전하도록 제도 운영과 보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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