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투자 전망도 잿빛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올해 수출 증가율이 0.5%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말 제시한 3.0%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투자 역시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스탠다드차타드가 각각 0.8% 증가를 예상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렇게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느는 이유로는 중국산 중간재 수입 차질로 산업의 타격이 큰데다 소비 부진이 쉽게 회복되기 힘들다는 점이 꼽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6일 신종 코로나 확산이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면서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산업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9일 내놓은 경제동향 2월호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돼 경기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우려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완성차 라인이 10일 모두 멈춘다. 관광산업도 타격이 커 1월24~31일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1만2,300여명이나 줄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남대문시장의 매출은 80%나 급감했다고 한다.
얼마나 급했으면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난 재계 인사들이 ‘특단의 대책’을 호소했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하는 등 정부는 낙관론에 빠져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지금 경제·산업현장은 절박하다. 안이하게 대처했다가는 회복불능 상태에 처할 수 있다. 지원책을 내놓았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최악 상황까지 가정한 치밀한 대응책을 빨리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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