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갑은 긴 혀로 개미 등을 핥아먹으며 적을 만나면 몸을 말아 자신을 보호한다. 스컹크처럼 유독한 산을 항문 근처에서 발사하기도 한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아프리카 등에 분포하며 대부분 한 마리를 낳는 데 머물고 인공 사육도 힘들다.
천산갑의 특징은 몸을 둘러싸고 있는 비늘인데 중국인들은 여기에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며 한약재로 사용한다. 고기가 콩팥 질환과 천식·류머티즘 치료에 좋고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나자 너도나도 잡아먹기 시작했다.
번식력은 약한데 무차별 사냥의 대상이 되자 결국 멸종위기에 이르고 만다. 2016년 9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100여개 회원국이 천산갑의 거래를 금지하기로 결의했으며 중국 정부도 야생동물보호법에서 2급 보호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탐욕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동남아 개체군이 궤멸 수준에 이르자 아프리카에서까지 천산갑을 포획해 중국으로 보내는 밀렵꾼들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지방 공무원이 천산갑을 접대용으로 내놓았다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천산갑을 중간 숙주로 해서 인간에게 전파됐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화난 농업대학이 천산갑의 균주와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의 게놈 서열이 99% 일치한다고 밝힌 것이다. 실험 결과가 맞는다면 천산갑과 인간의 접촉에서 전염이 일어났을 확률이 높다. 멸종에 이르는데도 몸에 좋다면서 닥치는 대로 포획하는 인간의 이기심, 신종 코로나는 이에 대한 동물의 역습이자 경고가 아닐까.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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