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각) 오스카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자 외신들도 앞다퉈 수상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미국 AP통신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수상했다”면서 ‘기생충’의 수상을 “세계의 승리(a win for the world)”라고까지 평했다. AP는 “제목 그대로 ‘기생충’은 오스카 유권자(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AMPAS)들을 매료시켰다”면서 “‘기생충’의 수상은 오랜 세월 외국 영화를 낮게 평가해오는 데 만족해온 미국 영화상에 분수령이 됐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생충’의 수상은 AMPAS를 비난해온 이들이 요구해온 ‘좀 더 포용력 있는 오스카’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봉 감독 역시 이날 수상 소감에서 오스카가 과거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이라 불렀던 시상 분야를 이번에 ‘국제영화상’으로 새롭게 명명한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새로운 변화가 상징하는 방향을 지지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CNN방송은 “‘기생충’이 작품상 수상으로 오스카의 역사에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한국영화 ‘기생충’이 경쟁작들에 비해 너무나 강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지금껏 오로지 11편의 국제 영화만이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중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 됐다”고 밝혔다. 또 CNN은 봉준호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했다면서 “봉준호를 위한 파티를 준비하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생충’의 수상을 손쉽게 ‘놀라움’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오스카 시상식을 앞두고 지난 몇 주간 영화계 안에서 지지도가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예측가능성으로 점철된 시상식 시즌 끝에 오스카가 일요일 밤 ‘기생충’에 작품상을 수여하면서 극적으로 마지막 엄청난 비틀기를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지금껏 ‘인생은 아름다워’를 포함해 오로지 10편의 외국어 영화만이 오스카 작품상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작은 없었다”면서 “작년에 수상할 자격이 있었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도 결국엔 ‘그린북’에 밀렸는데 그러한 결과는 수긍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수상결과에 대한 비판이 올해 ‘기생충의 전례없는 수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AMPAS 회원들은 자신들의 포용성과, 봉 감독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언급한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는 데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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