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총력전을 쏟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대선이슈에서 대북 문제가 관심 밖으로 사라질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은 연말까지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북미 비핵화 협상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집중하면서 이슈에 관여하려는 욕구가 시들해졌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 정가가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문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국정연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대북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정황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이는 북한 이슈가 자신의 재선 가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 조기 재개보다는 국제사회와의 대북제재 공조를 기반으로 한 북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국제사회와의 대북제재 공조를 강조하는 여론전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 재무부가 북한을 ‘나쁜 행위자’로 거론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강화를 요구한 데 이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 초안에는 북한이 지난해 불법 환적 방식으로 상당량의 석탄을 수출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해당 보고서 초안을 입수해 “유엔 회원국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8월 370만 톤의 석탄을 수출했다”면서 “이는 3억7,000만 달러 상당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북한도 미국과의 장기전을 시사하며 정면돌파전 띄우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과학자, 기술자들은 정면돌파전의 개척로를 열어나가는 기수, 척후병이 되자’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가 의거할 무진장한 전략자산은 과학기술”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특히 “적대세력들의 악랄하고 끈질긴 고립 압살 책동의 주되는 과녁의 하나가 다름 아닌 과학기술분야로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전진비약의 지름길을 밝히는 과학기술의 등불이 자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하자는데 그 음흉한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기정사실화된 오늘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 걸음 뒤떨어지면 내일에는 다른 모든 부문에서 열걸음, 백걸음 뒤떨어지게 되고 종당에는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 그리고 미래의 안전도 지켜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려 힘들고 품이 많이 드는 중요연구 사업에 뛰여들기를 순간이나마 저어(주저)한 적은 없었는가, 명예와 보수를 바라고 쉽게 덕을 볼수 있는 자질구레한 연구사업에 먼저 신경을 쓰지 않았는가를 심각히 돌이켜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미가 장기전을 불사하며 한 치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과 미국은 전날 남북협력사업 조율을 위한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북한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이문희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한미 북핵 차석대표 협의를 열었다. 웡 부대표는 청와대와 통일부 관계자들과도 별도의 면담을 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최영준 통일부 정책실장과 웡 부대표가 오늘 별도로 만날 예정”이라며 시간·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