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통령 선거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CNN 방송이 10일(현지시간)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것인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에서 일하는 인사들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에 결정적인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북미 협상은 진척이 없기도 했지만 되레 협상을 추진했다가 일이 꼬여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표를 갖고 있는 미 국민들이 북한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일 밤 국정연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북한과 이란 문제에 다걸기를 할 것이라고 봐왔습니다. 현실은 어떤가요. 미 국민들은 자신들의 이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안을 더 중요시합니다. 당장 민주당만 봐도 주요 후보들은 △트럼프 타도 △월가 개혁 △학자금 부채탕감 △건강보험 문제 △기후변화를 주로 다룹니다. 본격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아이오와 유세현장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후보는 없었습니다.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서는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자리 창출과 대중국 농산물 수출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선 여론조사 전문가인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핵이나 이란 문제는 미 대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언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입니다.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협상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잘못 읽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구걸하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이 좋은 조건을 내민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이때는 언제든 협상을 재개하겠지요.
중요한 건 북한이 대선판을 좌우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북 협상은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는 철저한 장사꾼이자 치밀한 전략가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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