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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BTS…'韓 소프트파워' 세계를 홀렸다

美국무대변인 "한류 확실히 도래"

해리스 美대사 "4관왕 축하해요"

외신도 "韓 소프트파워 성장 대단"

K컬처 신드롬에 문화외교력 커져

작년 콘텐츠 글로벌수익 1조 돌파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10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전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데 대해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기생충’ 수상 축하 트윗. /연합뉴스




“한류(The Korean wave)는 확실히 도래했다.”(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K팝 신드롬을 일으킨 데 이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영화판까지 뒤흔들자 전 세계가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군사·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가 아닌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아시아의 소프트파워 강국으로는 전통적으로 일본이 꼽혀왔지만, 거센 한류의 물결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K콘텐츠의 부상에 힘입어 한국 소프트파워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쇼크, 한국의 성장하는 소프트파워를 보여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생충의) 이번 승리는 K팝과 한국 드라마의 폭발적 인기로 이미 아시아 국가의 핵심 소프트파워가 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또 다른 분수령(watershed moment)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블룸버그는 “문화 수출은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는 데 기여한 제조업 중심 산업에서 탈피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수상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한국영화를 넘어 한국 문화와 콘텐츠 전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 장기적인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엔터테인먼트 강국’으로 진화해왔다. 최근 수년간 BTS의 인기를 바탕으로 K팝이 전 세계에서 자리를 잡았고 한국 로맨스 드라마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강타했다. 블룸버그는 ‘기생충’ 수상이 이러한 한류의 기반 위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우수작품상·감독상·각본상·외국어작품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문화외교의 토대가 되는 소프트파워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은 ‘기생충’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보인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면서 ‘기생충’팀을 향해 “여러분은 네 개의 오스카상을 충분히 받을 만했다”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트위터에 한글로 직접 ‘#기생충’ ‘#한류’를 게시해 눈길을 끌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자신의 글을 올리면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트위터에 올린 축하글도 함께 리트윗했다. 해리스 대사는 전날 트위터에 직원들과 함께 TV로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사진을 올리고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이 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을 비롯해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오스카 4관왕을 차지했다! 놀랍다!”며 “봉 감독님과 기생충 출연진 및 제작진, 대한민국 영화계에 축하드린다”고 썼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축하합니다’라고 한글로 적은 후 “역사적이고 충분히 자격이 있는 수상이었다.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기사에서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당장 나가서 보라”며 “영화를 관람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날수록 미국인 관객들을 위해 온라인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영화 속에서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번역된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라면)’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국 음식 조리법이 갑작스럽게 쏟아지고 있다는 소개도 이어졌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현재 10위권 후반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틀랜드커뮤니케이션이 매년 발표하는 ‘소프트파워 3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지난해 19위로 아시아권에서는 일본(8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 2016년 대비 한 단계 내려앉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같은 기간 22위에서 세 단계나 올라 상승 추세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일본과의 차이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 흥행과 BTS의 공연·음반 수입 등에 힘입어 한류 콘텐츠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수지의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입은 8억5,600만달러(약 1조129억원)로 2006년 해당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해당 분야에는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TV 프로그램, 라디오, 뮤지컬과 관련된 서비스, 해외공연 등이 포함된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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