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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브로큰 애로우

1950년 미 공군 핵폭탄 분실

사고기와 동형인 미 공군 B-36 전략폭격기. /플리커




1950년 2월13일 태평양 상공.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36 한 대가 비행불능 상태에 빠졌다. 엔진 6개 중 3개가 작동하지 않고 화재가 발생한데다 나머지 엔진의 출력도 떨어졌다. 승무원들은 기체의 무게를 줄이려 좌석 등을 떼어버렸으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결국 탑재하고 있던 폭탄도 공중에서 버렸다. 승무원 17명은 결국 폭격기를 살릴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2,438m 상공에서 낙하산으로 탈출했다. 폭격기는 조종사 없이 340여㎞를 더 비행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스케나산에 떨어졌다.

탈출한 승무원 중 5명은 바다에서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외부에는 단순 추락 사고로만 알려졌지만 실은 최초의 핵무기 분실 사고였다. 중량을 줄이려고 투하한 폭탄이 재래식 폭탄이 아니라 Mk-4 원자폭탄이었기 때문이다. 자칫 큰 위험으로 번질 수 있었던 이날의 사고와 승무원들의 대응에 대해 군 당국은 평가에 들어갔다. 승무원들은 자신만 살려고 핵무기를 쉽게 포기했다는 의심도 받았지만 조사 후에 정당한 대처로 평가받았다. 승무원들이 폭격기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도시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시간이 흐르며 무리한 비행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기지에서 이륙하기 직전에 온도가 너무 낮아(영하 40도) 엔진 출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묵살됐다. 임무가 막중하다는 이유에서다. 핵폭탄을 탑재하고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내려온 폭격기는 캘리포니아 인근 해안에 접근한 소련 함대와 상륙군을 원자폭탄으로 격멸하는 훈련을 치를 예정이었다. 당시 B-36 폭격기는 미 공군이 수령한 최신 전략폭격기. 덩치가 B-29 폭격기보다 70%가량 컸다. 날개 길이가 B-52 폭격기보다 긴 B-36을 미 공군은 한국전쟁에도 투입하지 않았을 만큼 아꼈던 기종이다.



추락한 기체와 바다에 버린 원자폭탄은 어떻게 됐을까. 기체는 3년 뒤 발견됐으나 핵폭탄은 아직도 못 찾았다. 미 공군은 기폭 장치가 없어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부식된 핵폭탄에서의 방사선 방출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날의 사고가 시작이었다는 점. 전쟁을 일으킬 위험성은 없어도 심각한 핵무기 사고를 의미하는 미 공군의 ‘부러진 화살(broken arrow)’ 사례는 이날 이후 알려진 것만 열두 차례. 수소폭탄이 마을 인근에 떨어진 적도 있다. 미국과 소련이 분실했다는 핵폭탄 50여개로 추정된다. 오싹하다. 자해하는 유일한 동물, 인간은 무모할까. 잔인할까.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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