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은 단순히 특정기업의 사업전략을 넘어 중국과의 치킨게임에서 우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폴리실리콘의 경우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자국 업체에 대한 지원에 나섰고 기업들은 이를 발판으로 저가공세를 펼쳤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만 하더라도 중국은 우리 기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에 공급을 받아왔다. 이 사이 중국의 기술력은 국내 업체의 턱밑까지 따라왔다. 공급 과잉률이 140%에 달할 정도로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기술력도 그리 차이가 없으니 우리 기업으로서는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요청한 전력산업기반기금 면제 등 지원 방안조차 외면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폴리실리콘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휴대폰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중국은 물론 동남아 시장에서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도 지금은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당수 휴대폰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제품은 중국과의 격차가 거의 없어 판도를 예측하기 힘들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캐시카우(수익원) 역할을 해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조차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로 새로운 치킨게임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업체들이 이렇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정부는 탈원전에 따른 후유증을 메우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언제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광복 이후 우리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값싸고 질 좋은 전기가 있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원전을 비롯해 제조업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을 중단하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종합방안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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