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하루 사이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중국 당국은 새 진단방법을 도입한 결과라고 하지만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된 통계 축소·조작이 사실로 밝혀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불신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전일의 신규 확진자가 1만4,840명, 신규 사망자는 242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중국 내외의 의료진과 연구진 사이에서는 대혼란이 발생했다. 지난 11일의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1,638명, 94명이었던 데서 하루 사이에 확진자는 10배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2.5배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고조기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이날의 혼란상을 반영하듯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당일 오후4시30분에서야 겨우 전일 전국 통계를 발표했다. 결과는 12일 자정 현재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각각 5만9,804명, 1,367명이었다. 하루 동안 1만5,152명, 254명이 증가한 것이다.
중국 당국의 발표를 분석하면 후베이성 지역만 확진자에 큰 조정이 있었다는 뜻이다. 후베이성 위건위는 일단 새 확진 기준인 ‘임상진단병례’를 적용한 결과 기존에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사람들이 대거 확진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검사 방식인 핵산 검출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 촬영 결과 폐렴 증상이 있을 경우 임상 의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리면서 확진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후베이성 당국자는 “다른 지역은 이미 임상진단을 통한 확진 판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베이 외 환자 수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지만 이런 주장의 진위는 불투명하다.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이나 지난 상황에서 확진 환자 기준을 변경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 세계 확진자의 70% 이상이 넘는 후베이성의 충격적인 감염 실태 파악이 이제야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더구나 후베이성 당국은 사망자의 급증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없었다. 이에 대해 현지에서는 기존에는 단순 폐렴 등 다른 질환이 될 환자들이 대거 코로나19로 확진되면서 덩달아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지만 의문을 완벽하게 걷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한 주민들과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이 거의 확실한 의심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해 정부 사망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번 기준 변경은 앞서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초기대응 미흡을 뒤늦게 시정한 데 이은 또 하나의 뒷북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과학적 모델 분석 결과 “2월 말에 확산세가 절정을 이룬 뒤 감소해 4월까지는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허언이 될 수 있다. 후베이성의 기준 변경이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긴장을 풀지 말고 방제 사업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한 다음 날 나온 점도 주목된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치의 책임을 물어 이날 지역 책임자인 장차오량 후베이성 공산당 서기와 마궈창 우한시 당서기를 동시에 해임했다. 또 후베이성 당국은 당초 13일까지였던 성내 연휴를 오는 20일까지로 재연장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날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검사 중인 의심환자도 감소하는 등 확산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오후4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28명이며 이 중 7명은 퇴원했다. 확진자를 제외한 의심 환자는 6,483명으로 전날보다 887명 증가했고 562명이 아직 검사 중이다. 5,921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전날 전세기를 통해 귀국한 교민 147명 역시 확진 검사에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은 소강 국면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다행히 국내에서는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감염위험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오송=우영탁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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