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여가 지났다. 그사이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 숫자는 28명으로 늘었고 진원지인 중국은 이미 사망자만 1,300명을 넘어섰다. 이틀째 국내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지난 한 달여간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마스크는 온 국민의 ‘생필품’이 됐다. 주말이면 많은 인파로 붐비던 대형쇼핑몰과 영화관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외식조차 꺼리는 이들이 늘어나자 발열을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까지 갖춘 식당도 등장했다. 총선을 두 달 앞둔 유세현장에서 정치인들은 악수 대신 눈인사와 피케팅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타인을 향한 혐오의 감정으로 변질돼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식당에서는 중국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가 논란을 일으켰고 국내 체류 중인 중국 조선족 동포들은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실업자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코로나19를 피해 잠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우한 교민들을 병균 취급하며 입에 담지 못할 악플을 내뱉기도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에는 70만명 가까이 동의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의 혐오 행태가 확산하자 국가인권위원장이 직접 나서 “감염증의 공포와 불안을 특정 책임으로 돌리는 혐오 표현은 합리적 대처를 늦출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며 특정 대상을 겨냥한 혐오와 낙인찍기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에 기생해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혐오가 위험한 것은 특정인물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이들을 겨냥한 폭력으로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혐오는 두려움과 공포심을 먹고 자란다.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수천명의 조선인들이 학살당했던 사건도 극심한 불안과 공포심이 일본 사회에 내재됐던 소수자 혐오와 맞물려 벌어진 일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KKK’ 등 혐오에서 자라난 증오범죄들을 우리는 숱하게 목격해왔다.
이번주 말이면 아산과 진천의 임시생활시설에서 14일간 격리 수용됐던 교민 700명이 퇴소한다. 또 이달 말에는 대학교 개강에 맞춰 중국인 유학생들도 대거 입국할 예정이다. 몸과 마음이 지친 그들이 처음 마주하게 될 감정이 비난과 혐오가 아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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