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이 들수록 음악 소리에 짜증을 내고, 음악에 쉽게 푹 빠져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 좁아진다. 갈수록 고주파를 잘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40살 이후에는 음조와 리듬의 미묘한 차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음악을 가장 예민하게 인지하는 나이는 17~21세다. 우리가 어린시절 들은 음악을 평생 변함없이 좋아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신간 ‘휴머놀로지’는 인간 존재와 생명의 의미를 과학과 역사, 문학, 예술 등의 분야를 망라해 설명한 책이다. 책은 가장 대조적인 분야인 예술과 과학을 비교하며 인간을 설명한다. 흔히 예술과 과학은 전혀 다른 활동으로 비치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예술가와 과학자는 모두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끊임없이 답을 찾는 존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책은 산소와 유전자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세포라는 생명체가 탄생했다며 현 인류가 지구를 공유하는 하나의 뿌리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를 시작으로 생명체의 기원부터 현존하는 호모사피엔스 종이 어떻게 지금의 인간으로 살게 됐는지,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고 번식을 하며 생명을 이어가는지, 왜 인간은 다른 종과는 달리 음악과 웃음을 사랑하는지 등 세포로부터 진화한 42억8,000만년의 인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인류는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만나 탄생한 후손으로, 우리의 몸에는 비록 1.8%이지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종인 네안데르탈인의 어떤 모습에 끌렸을까? 이렇게 시작되는 물음은 ‘우리는 어떻게 미래의 짝을 고를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또 ‘우리 인간은 어떻게 이처럼 똑똑해졌을까?’ ‘행복해서 웃을까, 웃어서 행복할까?’ ‘언젠가는 초능력자가 될 수 있을까?’와 같은 주제를 과학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저자인 면역학자 루크 오닐이 이 책에 철학적 개념인 ‘휴머놀로지’라는 제목을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 목표는 생명이 무엇인지,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 과학이 얼마나 뛰어난 방법인지를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더 나은 결과를 이루고자 연구하는 인간의 개별 분석과 집단 분석, 행동을 아우르는 진화의 정점이다.” 1만9,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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