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없이 전국 검사장들을 전격 소집하며 검찰 내 수사·기소 기능 분리 추진에 속도감을 더했다. 하지만 일부 검사장들은 “현행법상 가능한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법무부는 오는 2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개혁 관련 전국검사장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개시 사건 종결 시 판단주체를 달리하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의견 청취, 검찰 수사 관행 조직문화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법무부는 전국 6개 고등검찰청 검사장과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 대검 일부 간부들에게 공문을 보내 회의 개최를 알리고 참석을 요청했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법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검사장회의는 지난 2003년 강금실 전 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 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검사장회의를 소집해 검찰개혁 추진 방안 등 당면과제를 논의했다. 특히 검찰총장 없이 검사장회의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를 분리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추 장관은 “검사의 수사 개시 사건에 대해 내외의 다양한 검증을 강화하는 한편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현 정권 사건에 대한 기소권 행사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법무부는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제도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검사에게 기소권을 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검사장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 내 수사·기소 기능 분리를 추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검사장들은 무리한 기소를 견제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인 문제점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반대 의견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현직 검사장은 “추상적인 말부터 던져놓고 ‘갑시다’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법무부가 연구·제시해야 논의가 가능하다”며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가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지적을 일치되게 내놓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방안(수사·기소 분리)을 논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검사장 역시 “일본과 관련해 잘못된 예시를 들기도 했던 만큼 정말로 검찰 내 수사와 기소 기능 분리라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기소를 못 하면 검찰이라고 볼 수 없다. (추 장관) 발언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기자회견 당시 일본 도쿄·오사카·나고야지방검찰청의 ‘총괄심사검찰관’을 선례로 들었으나 이는 내부 견제 차원의 ‘레드팀’ 역할에 그치는 제도로 확인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 추 장관이 검찰의 의견 표명, 이의 제기에 대해 감찰을 시사하는 등 강한 어조로 비판을 이어왔는데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10일 윤 총장이 주재한 총선 수사 대비 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한 데 대해 추 장관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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