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감염병이 국경 밖 중국 우한에서 창궐했다. 공포에 질린 현지 교민들은 정부가 가까스로 마련해준 전세기를 타고 서둘러 귀국했다. 재외 국민 보호가 국가의 의무인 건 분명하나 이들의 귀국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 전파 우려에 교민들의 단체 격리가 결정됐다.
이 모든 일이 교민들에게도, 국민들에게도, 그리고 정부에게도 그저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 하지만 2주 후 무사히 마침표가 찍혔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를 대표해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무사히 격리 해제 된 교민들에게 한 번, 갑자기 찾아온 교민들을 품어준 지역 주민들에게 한 번 그리고 상황 관리를 위해 2주 동안 비상 근무를 한 중앙·지자체 공무원과 현장 관계자들에게 또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전했다.
■돌 안된 아기와 머문 교민 “모두 잘 해주셨다”
정 총리는 15일 오전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단체로 격리 생활을 해온 1차 귀국 교민 137명의 무사 퇴소를 축하하며 환송하기 위해서였다.
정 총리는 교민들에게 “고생 많으셨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부의 방역 방침에 적극 협조하면서 코로나19를 이겨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정 총리는 “지금 여기를 떠나더라도 건강에 유의해서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보고 싶은 가족과 친지를 만나 좋은 시간 보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를 직접 만난 한 교민은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며 “지원하시는 분, 심리 치료 선생님, 의사 선생님이 너무 잘 챙겨 주셔서 아기가 11개월 됐는데 (시설에서) 잘 챙겨줘서 살이 더 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정 총리는 진천 주민들과 현장 관계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 총리는 “여러 가지 불안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교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준 진천 지역주민께 감사를 드린다”며 “열과 성을 다해 교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애써주신 정부합동지원단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정 총리는 “교민이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주고, 입덧이 심한 교민을 위해 좋아하는 음식도 제공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 준 관계자들의 마음을 우한 교민과 국민이 함께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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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국가는 국민 생명 지키는 보루”
정 총리는 교민들이 탑승한 버스가 떠나는 동안 손을 흔든 후 동행 공무원과 현장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 총리는 “아마 교민들에게 국가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정부로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정부가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항상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국민을 잘 섬기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와, 여러 관계되는 분들이 힘을 합쳐서 잘 감당해 주셨다”며 “진천 주민들은 동포를 생각하는 마음이 우려보다 더 강했기 때문에 적극 환영하고, 여러 편의를 제공하고 마음을 써 주셨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부족한 점도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진천시장 상인 “대통령님 많이 도와주세요”
퇴소식 후 정 총리는 진청중앙시장을 들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경제 관계자들의 애로 사항을 직접 듣고 교민 격리를 도와준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정 총리는 시장 상인들에게 “진천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봉사활동도 해주시고, 공직자를 도와 함께 힘을 모아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정 총리는 “전통시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이 어려움을 겪고 나서 다시 상황이 호전됐을 대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후 정 총리는 시장으로 나가 진천 특산품 쌀을 사는 등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한 상인은 정 총리에게 “우리 대통령님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당부했고, 또 다른 상인은 정 총리에게 힘내라며 에너지 드링크를 건넸다. 떡집에서 만난 한 어린이는 정 총리에게 새해 인사로 큰 절을 했고, 이에 정 총리는 세뱃돈을 건넸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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