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노사 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당장 금융권 임금개편 개편을 위한 논의가 노동계의 반발로 빈 손으로 끝날 위기다. 다른 업종·의제별 논의도 노사정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를 도출하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에 따르면 오는 18일 활동을 마감하는 경사노위 산하 금융산업위원회가 이번 주 중 한 번 더 회의를 열 예정이나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커 활동을 마무리하는 합의문의 발표 여부가 불투명하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합의문 문구에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넣느냐가 문제”라며 “노사가 합의하지 못했을 때 공익위원 권고문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위원회 성격상 정부에 입법 등을 요구하기보다 노사 간 자율적 합의가 더 중요한 사안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의지를 갖고 (논의에) 임하면 안 될 것도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을 합의문에서 뺄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 열린 금융산업위 전체회의에 불참하며 논의는 파행했다. 노조 관계자는 “합의문엔 임금체계 개편이라고만 언급해도 고용노동부가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책자를 발간한 상황에서 사실상 직무급제 추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임금체계 개선 방안은 위원회의 안건 중 하나였다. 이를 무시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합의문에서 빼면 이번엔 경영계 대표들이 합의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직무급제라는 민감한 사안이 포함돼 있어 노사 간 의견 차이가 크다. 노사 양측은 내부 의견 조율을 거쳐 마지막으로 회의에 참석한다는 계획이지만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 경우 합의문이나 권고안 없이 빈손으로 위원회를 끝낼 공산이 크다. 금융노조 측은 위원회의 활동시한을 연장하자고 제의했지만 이미 한 번 시한을 연장한 바 있어 사측과 공익위원들이 부정적이다.
다른 의제별·업종별 위원회도 노동계, 경영계가 크고 작은 밀고 당기기를 벌이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과로사 방지법’ 제정이 가장 큰 쟁점이다. 위원회가 다음 달 10일로 활동을 마감할 예정으로, 노사 간 의견을 막바지 조율 중이다. 위원회는 이달 중 논의를 마무리하고 합의문을 낼 계획으로 전해졌으나 아직 경영계와 노동계·정부 등의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의제 가운데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포함한 산업안전보건감독의 행정체계 개선,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강화방안 등 다른 사안은 노사정이 합의에 이른 상태다.
안팎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곳은 직무급제·임금피크제·노동이사제 등을 논의할 공공기관위원회다. 다룰 안건들 중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게 없다. 현재는 아직 발족 초기라 본격 논의에 앞서 사안별로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한 관계자는 “의제에 대한 논의는 4월께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때부터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 보건의료위원회에서는 간호사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연공성(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구조)의 과도함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안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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